이재명발 보수 재편

2025.06.02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 인사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입니다. 김상욱 전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했고,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죠. 앞서 윤여준 전 장관, 이석연 변호사,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모임까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이 후보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했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민주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같아요. 보수 민주당과 극우 국민의힘으로 보수정치가 재편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각종 감세나 개발 공약 등을 보면 정책 측면에선 두 거대 정당 간 차이도 별로 없기에 이런 ‘헤쳐모여’가 별로 어색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거대 정당들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왼쪽에 있는 진보정치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넓어졌습니다. 왼쪽에서 홀로 뛰고 있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TV 토론을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도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정치 지형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정서와 닿았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권 후보가 내세우는 원칙과 방향에는 동의하더라도,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나 디테일에 있어선 여전히 20년 전의 민주노동당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불법 계엄 이후 퇴행한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겠죠.

독자 여러분, 이번 주 주간경향이 창간 33주년을 맞습니다. 유튜브에 치이고 넷플릭스에 눌리며 살벌해진 콘텐츠 공급시장에서 이만큼의 세월을 버텼다는 자체가 눈물겹지 않나요. 앞으로 이 주간지 발행이 얼마나 더 지속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담기 위해 주간경향 기자들은 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후 논란의 중심에 선 대법원의 이중잣대를 들여다봅니다. 정치 재판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후보에 대한 초고속 재판을 진행한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 노동 사건 등은 수년씩 결론을 내지 않는 현실을 대비해 분석해봤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의미와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정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상자산의 단점인 높은 변동성을 보완한 디지털 화폐인데요, 왜 필요성이 나오는지와 어떤 우려가 제기되는지 짚어봅니다. 올해 고교 1학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학처럼 학생이 흥미와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하자는 취지인데, 교사들 사이에선 벌써 폐지 목소리가 나옵니다. 교육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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