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누가 망치는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2025.06.02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시작해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로 끝난 지난겨울 광장의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파면’과 민주주의의 실현이 거대 야당 대표의 압도적 당선이라 여기는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청년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농민 등으로 대표되는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윤석열만 끌어내린다고 민주주의의 봄이 온다고 여기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추락했는지 성찰했고, 모순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차별금지법이나 노동자들의 투쟁, 식량주권 등 요구가 멈추지 않고 나왔던 것은 그 때문이다.

대선 국면이 시작되기 무섭게 시민사회의 몇몇 원로는 허겁지겁 광장의 요구를 ‘정권 교체’라는 하나의 결론으로만 정리하려 했다. 내란 청산을 위해선 거대 양당 구조에 투항해 하나의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등 원내 군소정당들도 이에 호응했고, 이재명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출마도 포기했다. 낯설지 않다. 과거에도 이들은 한국사회의 정치 구도를 거대 양당 구조로 고착화하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운동이 이 구조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 40년간 버전만 달리했을 뿐, 결론은 항상 같다. 한국 시민사회와 진보정치를 망쳐온 가장 구태의연한 레퍼토리다.

시민사회의 몇몇 원로는 한국사회의 정치 구도를 거대 양당 구조로 고착화하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운동이 이 구조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 40년간 버전만 달리했을 뿐, 결론은 항상 같다. 한국 시민사회와 진보정치를 망쳐온 가장 구태의연한 레퍼토리다.

과연 우리 사회의 모순이 양자 대립 구도로 해결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모순은 진작에 해결됐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40년 자본독재는 더 심화해왔고, 이미 한 차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쓰나미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쓸어내리고 지나갔다.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세련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정리해고제와 기간제법·파견법을 통해 우리의 노동을 보다 유연하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자산 불평등이 심화했고, 국가보안법 폐지나 차별금지법 제정 등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공공성의 기반을 침식해 극단적 정치세력이 등장할 토대를 만들었을 뿐이다.

요즘 10·20대 상당수가 민주당을 자신들을 억압하는 기득권이자 지배 엘리트로 인식하는 것이 영 엉뚱한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 원로들은 남은 세월 처절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져도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진보당 지도부는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출마 포기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것이 정말 진보당에 다른 미래를 가져다줄까?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침식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진보당 지도부는 과거 진보정당의 오류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기호 5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남아 있다는 점에 안도한다. 권영국은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원외 진보정당, 다양한 산별노조들·노동사회운동 단체들이 수평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세운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다. 그가 얼마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거대 양당 구조를 넘어설 ‘다른 미래’의 성패가 달려 있다. 차기 선거에 다시 TV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인 3%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한 표, 한 표에 달려 있다. 나는 그것이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당선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권영국 후보의 기대 밖 선전을 기대한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