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지역을 읽으면 세계가 보인다
김준형 지음·날·1만7500원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제 분쟁에 관한 책을 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등 최근의 분쟁 열 가지를 선정해 이들 분쟁이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됐으며, 무엇을 남겼는지 살폈다.
인류는 자주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전쟁도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예컨대 2011년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와 알아사드 정부의 강경 탄압에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종파 분쟁으로 번졌다. 여기에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동부를 점령하고 러시아, 튀르키예, 이스라엘, 미국, 서유럽 등이 얽히면서 장기전이 됐다. 지난해 12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 알아사드는 러시아로 달아났지만, HTS 역시 시리아 사람들에겐 탐탁지 않은 존재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는 약자에게 향한다. 시리아 내전으로 50만명 이상이 죽고, 10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우리는 지중해를 건너다 고무보트가 전복돼 결국 튀르키예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비극을 기억한다.
저자는 이들 분쟁이 “단순한 원인이 아니라 여러 이유가 얽혀 있어 해결이 어렵다”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서만 평화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케네디 정부의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전쟁을 회고하면서 “더 현명하게 행동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이었다”며 두 가지 교훈에 대해 말했다. “하나는 우선 적을 이해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오해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비록 상대가 적일지라도 최고 지도자끼리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게을리했다.” 책을 덮고 나면 정전 중인 우리의 상황을 돌아볼 수밖에 없다.
작은 사람들의 일상사
권내현 외 지음·푸른역사·2만9800원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소수의 권력자와 지식 엘리트만이 역사를 남겼다. 이 책은 기존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서민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 여성이 소송과 상언(上言)을 하고, 1950~1960년대 여학생들은 ‘풍기문란’ 단속에 저항한다.
서평가 되는 법
김성신 지음·유유·1만2000원
서평이라 하면 사람들은 ‘지식인’의 글을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누구나 서평가가 될 수 있고, 책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평의 본질은 ‘공공성’이다.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은 책 소개 글은 광고일 뿐 서평이 아니다.
레클리스
로빈 허턴 지음·황하민 옮김·도레미·1만9800원
한국전쟁의 마지막 격전장이었던 연천의 ‘네바다 구역’에서 88㎏의 탄약통을 지고 사선을 넘나든 제주 군마(軍馬)가 있었다. 원래 이름은 ‘아침해’였지만, 미 해병대원들은 ‘레클리스(Reckless)’라고 불렀다. 이 책은 그 이름대로 거침없던 레클리스의 일대기를 담았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