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이상헌 지음·생각의힘·1만9800원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저자가 ‘일’의 본질과 가치를 짚고, 왜 현실에서 좋은 일자리가 적은지를 써내려간 책이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다. 경제학이 ‘실업’을 다루는 한계와 역사적 논쟁을 짚는 1장, 일의 질에 주목하는 2장, 사회적 기여로 일자리의 가치를 정의하는 3장 등 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총체적으로 담겼다. 마지막 9장에서는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에서 시도된 일자리 보장 시범사업을 다루며 마치 아이를 키우듯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온 동네가 함께 힘을 모았던 사례도 소개한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에서 일에 대한 논쟁과 정책이 부족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헌법 제32조에 ‘근로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근로 권리가 실현되지 않는다. 저자는 일자리를 바라보는 통상의 개념인 고용·실업·노동 개념은 일자리의 다양한 측면을 담기에 협소하다고 말한다. 보수를 받는 ‘임금 노동’ 외에도 우리 사회의 일자리는 너무 다양하게 분화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자리가 지닌 사회적 가치를 포함시켜 일의 정의를 재규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연매장
팡팡 지음·문현선 옮김·문학동네·1만7500원
‘연매장’은 사체를 관 없이 곧바로 땅에 묻는 매장 방법을 말한다.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의 환생을 거부할 때 택했던 방식이다. 작가 팡팡은 1950년대 토지개혁 당시 삶이 무너진 사람들이 침묵을 택했던 것도 연매장의 일종이라고 보고 관련 이야기를 소설로 써내려갔다. 기억을 잃은 여인 딩쯔타오의 과거를 그 아들이 추적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로, 중국 현대사의 방대한 기록이 담겼다. 중국 정부는 이 책이 토지개혁에 비판적이라며 출판 직후 금서로 지정했다. 책은 독자 요청으로 대만 등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2017년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했다.
연민의 시학
김정수 지음·휴먼앤북스·2만5000원
김정수 시인이 문효치·오탁번·이동순 등 25명의 시집을 텍스트 삼아 쓴 평론집이다. 직접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동료의 시를 해부하고 작품과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그 작업에는 시인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가득 담겼다.
공감 지능 시대
김희연 지음·이든하우스·1만8000원
저자는 인공지능(AI)이 놀라운 지식과 분석력을 보여주지만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가치는 결국 인간의 영감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데이터만으론 인류 DNA에 새겨진 복잡한 심리를 읽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는 인간의 공감 지능에서 출발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에 나쁜 부모는 있다
위첸 지음·박소정 옮김·북바이북·1만7500원
자녀들은 왜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도 전에 용서부터 해야 할까. 저자는 수많은 사람이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와 그 사무친 흔적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말한다. 부모가 준 상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부모가 ‘타인’이란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라고.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