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재부 또 한 번 쪼개나요?

2025.05.0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월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월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정말 두 개로 쪼개질까요?” 최근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만나면 조직 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종종 물어본다. 타 부처 공무원들도 기재부의 조직 개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과 세제는 물론 공공기관 평가에 경제정책 조정 기능까지 갖춘 기재부의 변화는 공직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재부 쪼개기’ 논의에 불을 댕긴 건 최근 언론에 유출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의 조직 개편안이었다. 개편안에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담겼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각각 운영됐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로 돌아가는 것이다.

왜 민주당은 기재부를 쪼개는 방안을 추진할까? 그 전에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각각 어떤 일을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돈 쓰는 곳과 정책 만드는 곳의 만남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돈을 쓰는 곳이다. 예산 편성을 포함해 재정을 관리한다. 기획예산처는 매년 예산안과 국가 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한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예비타당성조사도 기획예산처의 몫이다. 기획예산처는 2001년 펴낸 ‘기획예산처 출범 2주년,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추진과제’를 통해 “재정의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통해 경제위기 이후 3년 만에 건전재정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도 담당했다. 당시 기획예산처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을 내세우며 1998∼2000년까지 공공부문 인력 총 13만1000명을 감축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7년 말 정원 대비 18.7%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재정경제부는 돈을 걷는 곳이다. 재경부의 ‘2006년도 업무보고’를 보면 주요 과제로 ‘재정 수요 증가에 대비한 과세 기반 확충’을 내세웠다. 재경부는 “국민의 조세 부담이 일시에 급격히 늘어나지 않으면서 증가하는 재정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문직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 파악 강화’,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재정경제부의 또 다른 역할은 경제·금융정책 수립이다. 재정경제부의 ‘2006년도 업무보고’를 보면 최우선 과제로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를 내세웠다. 재정·통화 등 거시정책을 확장적 기조로 운영하고 투자 활성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등 미시정책도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고려해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현재와 달리, 당시에는 관치 경제의 성격이 상대적으로 짙었다. 재경부 장관을 두고 경제 사령탑이라고 표현하고, 경제 부처의 컨트롤타워인 ‘부총리’ 역할을 맡아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브리핑실에서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관해 사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힘 있는 두 조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힘은 더 극대화됐다. 예산 편성권을 갖는 기재부 입김이 정책 전반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지를 두고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기술적으로 관료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만큼 기재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을 명분 삼아 부처의 예산을 평가하고 삭감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예산을 지렛대로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 예산을 챙겨주는 방법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진보 정부는 균형을 강조하며 주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했다. 반면 보수 정부는 효율성을 내세우며 붙였다. 기재부가 현재의 형태를 갖춘 것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재부 장관이 경제부처를 총괄할 수 있도록 부총리제를 부활시켰다.

“대통령실 밑에 두면 예산실은 환영”

민주당 정책위는 한발 더 나아가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산 편성권을 독립된 부처에 맡기지 말고, 산하 조직으로 둬 감시하자는 주장이다. 예산 편성 기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기획예산위원회를 신설해 재정 계획을 짜고, 예산 편성은 별도 조직인 예산청이 갖는 구조로 개편했다. 적자예산이냐 긴축예산이냐, 또는 예산증가율을 몇 퍼센트로 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은 기획예산위가 결정하고 이 지침을 토대로 예산청이 사업별로 예산을 배정하는 구조였다.

참여정부에서는 조직 개편 대신, 부처가 머리를 맞대 세금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신설했다. 대통령이 참여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원의 배분과 지출 한도 등을 전략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전까지 각 부처가 구체적인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재정 관료를 설득해야 했다면 대통령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통해 역점 사업을 먼저 정한 뒤, 각 부처가 구체적인 사업을 발굴하는 방식이었다. 지역 균형이나 저출산 대응 등 정부의 철학이 예산에 이전보다 더 반영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이 회의체는 국가채무 총량을 관리하는 기구로 변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재정이 어떤 역할을 할지보다는 재정 건전성이 더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재부가 사실상 예산 총량과 세부 사업을 정하는 상황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번에 예산 조직을 대통령실에 두는 조직 개편안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기획예산처가 신설된다 해도 새로 생긴 자리를 채울 사람들은 기재부 출신 인사”라며 “(조직이 하나 더 생겨)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승진할 가능성도 커져 기재부도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로 옮기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 교수는 조직 개편을 넘어 예산 편성의 주요 권한을 국회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편성 단계에서 사실상 확정되는 요소가 많아 국회의 예산 심의는 정부 예산안에 대한 수동적인 찬반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국회가 정부 예산안의 일정 범위에서 지출을 늘릴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국회 지출 증액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총액 내에서 기존 사업을 삭감하는 대신, 신규사업을 신설하는 등 국회에 사업별·항목별 예산 변경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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