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선이다. 예견했듯 허위조작정보의 공세가 시작됐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정도는 심해질 것이다. 이미 딥페이크가 횡행하며 정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대응한다고는 하지만, 확산 속도에 비하면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위험한 선거 관련 정보는 은밀하고 조용하게 유권자 인지체계에 침투하는 중이다.
허위조작정보의 생산은 더없이 간편해지고 있다. 챗GPT 지브리 스타일 열풍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원본 이미지만 올리면 몇 초 안에 조작된 이미지를 내려받을 수 있다는 걸 많은 시민이 경험해서다. ‘이미지 조작(혹은 변형)이 이렇게 쉬웠나’ 감탄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 덕에 챗GPT 사용자 수는 3~4월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미지 변형이 그저 놀이에 그친다면야 문제 될 게 없겠지만, 악의적 조작의 사용법을 익혔다는 데 우려가 존재한다.
허위조작정보가 AI를 통한 조작 기술과 만나면서 정보 생태계는 무질서로 빠져들 조짐이다. 여기에 유튜브라는 강력한 확산 채널이 결합하면서 파급력도 강력해졌다. 이 세 가지 조합이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보 생태계의 핵심 위협 요인이다. 그저 자정되겠지 하고 풀어두면 계엄 국면과 같은 여론 극단화 현상이 재발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토대 이론’ 사이버네틱스를 창시한 노버트 위너는 1948년 자신의 저서에서 “대중매체는 항상성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사회가 정상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의 순환 체계’를 대중매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훼방을 놓아서다. 당시는 ‘텔레비전이 국민을 좀비처럼 만들고, 내면의 힘을 빼앗는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고, 뉴스와 오락, 광고, 허구가 뒤섞여 전달되면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지던 시기였다. 대중의 비판 의식도 높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을 관찰했던 그였기에 대중매체 특히 TV가 사이버네틱스 메커니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피드백과 조절 기능을 약화시켜 사회의 건강한 항상성을 깨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자유로운 기술 경쟁이 항상성을 유지해줄 것이라는 논리는 신앙에 가까운 허구라고 평하기도 했다.
1948년과 같은 상황이 지금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사회적 항상성을 위협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TV에서 AI와 유튜브로 바뀌었을 뿐이다. 당시 노버트 위너의 해법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사회적 통제였다. 그리고 규제였다. 실제로 이 책이 출간된 이듬해인 1949년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공정성 독트린을 시행했다. 소수의 방송사가 특정 이슈에 대해 편향된 정보만을 전달할 경우 공정한 여론 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 조치는 나름의 효력을 발휘했다. 우리는 아직 AI-유튜브 허위조작 기술 동맹에 대해 이렇다 할 규제나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사회의 항상성 회복력은 훼손될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통제를 시작할 적기일지도 모른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