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의 책
다이앤 엔스 지음·박아람 옮김·책사람집·1만9800원
우리 주변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곳곳에 널려 있다. 클릭 몇 번만으로 순식간에 주의를 빼앗아버리는 짤방, 매혹적인 쇼핑 아이템, 요리·운동과 같은 온갖 취미 활동이 그렇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외롭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
이 책은 외로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외로움과 관계의 의미를 오랜 기간 탐구해온 캐나다 철학자다. 책은 외로움이 무엇인지, 왜 외로울 수밖에 없는지, 외로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외로움은 모순적’이라고 정의한 대목에서 “(외로움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완전히 노출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외로움은 “감정이 아닌 욕구에서 비롯되는 갈망”이자 “허기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사회규범은 특정인들을 더 외롭게 만든다고도 저자는 전했다. 커플이나 부부 관계를 과도하게 이상화하는 경향 등이 그렇다. 난해하거나 따분한 학술서와는 거리가 멀다. 외로움에 관한 시집으로 느껴질 만큼 문체가 아름답다.
불평등은 어떻게 몸을 갉아먹는가
알린 T. 제로니머스 지음·방진이 옮김·돌베개·3만1000원
1985년 미국 보건복지부는 흑인이 백인보다 기대수명이 6년 짧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는 주삿바늘이나 총 때문이 아니었다. 특정 계층이 만성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이었는데 저자는 이 배경에 ‘웨더링’이 있다고 말한다. ‘웨더링’은 사회구조적 억압이 신체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특히 인종, 종교, 계급, 성별, 성에 따른 차별과 편견에 의한 반복적 스트레스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웨더링 과정은 수십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지속해 활성화된다. 웨더링 작업을 중단시키는 그 자체가 공평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계급의 숨은 상처
리처드 세넷·조너선 코브 지음·김병순 옮김·문예출판사·1만8800원
노동 및 도시화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1972년 청년 시절에 쓴 <계급의 숨은 상처>가 재출간됐다. 그는 능력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는 기준을 폐기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50여 년이 흐른 현재, 능력주의는 더 심각하게 전개돼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조지 G. 슈피로 지음·이혜경 옮김·현암사·2만4000원
내가 타려는 엘리베이터만 늦게 오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것이 수학적 확률로 입증된 팩트라면? 수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수학자인 저자는 ‘엘리베이터 역설’과 같은 사소한 일상 문제부터 수학, 사회과학, 철학, 언어, 정치, 종교 등 분야를 아우르는 60가지 수수께끼를 다양한 학설로 풀어냈다.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복복서가·1만6800원
김영하 작가가 열네 편의 이야기로 전달하는 산문집이다. 그간 ‘여행의 이유’ 등 다양한 산문집에서 현재에 충실했던 작가는 이번 산문집에선 자신의 사적인 삶, 가족사를 그려내며 과거를 돌이켜본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