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공장 깊숙한 곳, 정해진 작업만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 팔은 이제 과거의 유산처럼 느껴진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로봇은 인간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와, 스스로 환경을 인지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며 심지어 인간과 교감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다기능 로봇(Polyfunctional Robots)’이 있다.
특정 작업에만 능숙했던 과거의 로봇들과 달리, 이 새로운 존재들은 설계된 목적을 넘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다기능 로봇의 이러한 능력은 딥러닝, 생성형 AI, 클라우드 등과 같은 여러 핵심 기술의 융합을 통해 실현된다.
기존 로봇이 프로그래밍된 규칙에 의존했다면, AI 기반의 다기능 로봇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스스로 최적의 행동 방식을 터득한다. 고성능 카메라, 라이다(LiDAR), 촉각 센서 등 정교한 감각기관이 결합해 주변 환경을 3차원으로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tlas)’가 보여주는 놀라운 균형감각과 달리는 모습, ‘스폿(Spot)’이 건설 현장이나 재난지역을 누비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습은 이러한 기술적 성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테슬라가 개발 중인 ‘옵티머스(Optimus)’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작업 환경에 그대로 투입돼 다양한 육체노동을 대체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드러낸다.
이러한 다기능 로봇의 확산은 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앞으로 로봇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할 사항들은 무엇일까?
첫째, 로봇의 설계와 개발 단계에서부터 인간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로봇이 인간의 필요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돼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로봇의 동작 범위, 속도, 힘 등을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로봇과 관련된 윤리적·법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로봇이 수행하는 작업의 책임 소재, 개인정보 보호, 로봇의 자율성 범위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법률의 제정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의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로봇과 인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 이는 로봇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로봇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로봇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로봇의 작동 원리, 안전 절차, 위기 대응 등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다기능 로봇의 보급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들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위험하고 고된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등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소멸, 안전 문제, 사회적 갈등 등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들을 우리 앞에 던져 놓고 있다. 어쩌면 우리 예상보다 더 빨리 새로운 미래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인류의 지혜로운 선택과 끊임없는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