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서 대권은 무슨

2025.03.31

이주영  편집장

이주영 편집장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사회를 집어삼킨 내란과 탄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몰아치는 글로벌 관세 전쟁 등 굵직한 이슈가 쏟아지는 사이 슬금슬금 오르는 듯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어느덧 전고점인 2020~2021년 수준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국민평형이라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가격이 서울 강남 3구 모두 20억원을 넘었고, 서울 25개 구 평균가격도 14억원이 넘는다고 하네요. 기시감이 드는 뉴스입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부동산 시장은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시중은행들도 대출 한도를 조이면서 진정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작년 말 비상계엄 사태로 전반적인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죠. 그러다 올해 들어 대출 규제가 이완되고, 금리도 내려가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꿈틀하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여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는데, 불씨에 기름을 부은 사람이 있었죠. 오세훈 서울시장입니다. 지난달 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291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을 해제한 뒤 가격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아파트값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하네요.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고 섣부른 규제 완화가 집값 불안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정부와 서울시는 한 달여 만에 토허제 해제를 번복했습니다. 명백한 정책 실패인 거죠.

강남 부동산 시장을 잘못 건드리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오 시장이 토허제 폐지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일각에선 조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강남 표심 잡기 일환이라는 해석마저 나왔습니다. 글쎄요, 이런 정책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서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도 결국은 집값 폭등을 초래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한국사회가 직면하게 될 심각한 분열의 후유증을 다뤄봅니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헌법질서마저 훼손되면서 심리적으로 무정부 혹은 내전 상태나 다름없는 우리 사회를 복원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지난한 과제가 될 것 같네요. 전 정부에 대한 증오심으로 무장한 정치 초보 윤석열을 영입해 정권 교체에 성공한 보수세력이 윤석열로 3년 만에 몰락하게 된 배경도 짚어봤습니다. 또 제조업에 이어 농산물 시장에 대한 압박을 예고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분위기와 국내 농가의 대응 방안,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 조기 대선 모드로 들어가는 여야 정치세력의 셈법, 현 정부의 사교육 카르텔 엄단 의지에도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기는커녕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배경도 들여다봅니다.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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