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를 말하면 ‘수박’일까요

2025.03.24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표지 선정부터 난항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뒤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기사였습니다. ‘중도’를 어떻게 형상화해야 할까 고민이 깊었습니다. 현재 정치 구도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대 정당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각 정당의 변천사는 화려합니다. 표지 기사와 함께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는데, 1988년 당시 통일민주당 노무현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가 거쳐 간 ‘민주당계’ 정당의 수를 어림잡아 세어보니 모두 18개더군요. 이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링 위에 두 정당을 상징화한 복싱선수가 상대방에게 어퍼컷을 날리고 있고 얼굴 대신 역대 정당의 로고들을 쭉 이어붙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최종 귀착된 표지 디자인은 가운데 인물 형상 인형을 세우고 각 정당 상징색인 빨간색과 파란색의 도미노를 두는 것이었습니다.

기사 마감 후 상황 급변은 더 큰 일이었습니다. 잡지 인쇄가 끝난 3월 7일, 그러니까 금요일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가 인용됐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약 27시간이 흐른 3월 8일, 검찰총장은 항고를 포기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습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은 구치소를 걸어 나오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조기 대선 전망이나 여야의 전략 제시 같은 주제를 다룬 기사는 아마도 한가해 보였을 것입니다. 일단 주말 선 출고 기사에 변화된 상황을 담은 편집자 주를 달고 제목을 바꿔 내보냈습니다. 그런데도 비난 댓글이 많이 달릴 것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반응은 덤덤한 편입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을 지적했다는 격려 e메일도 받았습니다.

어찌 됐든 역사는 흘러갑니다. 탄핵이 인용되면 곧바로 조기 대선 국면입니다. 문제는 양극화된 지지층입니다.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는 ‘스윙보터’ 층이 이번 선거에서는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의 마음을 얻는 자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기존 지지층의 마음은 강퍅합니다. 이들 커뮤니티에서는 “중도를 말하는 자, 수박”이라는 주장이 상식처럼 통용됩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권을 잡는데 최대의 적인 양 거론됩니다. 정말 그럴까요. 왜, 어떤 경위로 이분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됐을까요. 이 역시 언론이 깊게 들여다봐야 할 주제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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