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연휴인 지난 3월 2일.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잔뜩 찌푸려 있었다. 큰고니 사진을 찍기 위해 망원렌즈를 들고 나섰다. ‘혹시나 다 떠났으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한 곳은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아래 당정섬. 섬 주변은 겨울 철새인 큰고니가 월동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부산 을숙도에 이어 제법 많은 수의 고니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조류 사진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출사지다.
큰고니는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면 우리나라를 떠나 북쪽으로 날아간다. 도착해보니 다행히 큰고니는 아직 월동지를 떠나지 않았다. 큰고니 수십 마리가 강물 위에 옹기종기 모여 바람을 피하고 있었다. 한파는 풀렸지만 매서웠다. 큰고니 무리는 연신 자맥질을 하며 깃털을 고르고 있었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단장을 하는 듯했다. 몇몇은 큰 날개를 연신 퍼덕이며 몸을 풀었다. 날이 풀리고 봄이 서서히 오고 있다. 큰고니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