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체국 집배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드 배송을 해주겠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식이다.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카드 배송 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심 전화를 받으면 반드시 등기우편물 배달 예고 문자를 확인하는 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정부 당국은 당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월 13일 우체국 집배원을 사칭한 피싱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대국민 행동요령’을 배포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집배원인데 신청한 ○○카드가 배송이 왔다”고 전화를 건다. 수신자가 카드를 발급한 적 없다고 반응하면 “○○카드사로 전화해 문의해보라”면서 번호(☎16**-****)를 알려 준다. 해당 번호로 연락하면 악성 앱 설치가 유도되고, 사기범들은 휴대전화의 개인정보 등을 빼낸다.
최근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 보이스피싱범은 집배원을 사칭해 인천만수단지우체국(☎032-462-2005), 인천만수6동우체국(☎032-462-2205)의 실제와 다른 연락처를 피해자들에게 알려줬다. 이후 카드사 사고예방팀으로 전화를 유도하거나, 기타 인증을 요구해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이런 카드 배송 피싱 사기는 최근 증가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 기준 피해액은 지난해 9월 기준 249억원에서 12월에 61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증가가 카드 배송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에 고령층이 속아 넘어간 피해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했다. 금감원은 이런 보이스피싱 사례에 대해 소비자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고’로 상향했다.
우체국 집배원은 우편법 제31조에 따라 우편물 표면에 기재된 곳에 배달하므로 배송지가 어디인지 우편물을 통해 사전에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취인에게 배송지를 묻지 않는다. 배송지를 물어보는 우체국 집배원이 있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만약 피싱 전화를 받는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정사업본부가 배포한 ‘대국민 행동요령’을 보면 우선 받아야 할 우편물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등기우편물 배달 예고 문자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확인해봐야 한다. 우편물에 기재된 주소와 등기번호가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되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편고객센터(☎1588-1300)를 통해 집배원의 연락처와 등기번호도 조회해보는 게 좋다. 만약 사기가 의심될 경우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다른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런 유형의 전화를 받는다면 즉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면서 “출처가 불명확한 인터넷주소(URL)나 전화번호를 클릭하지 않고 스마트폰 보안 설정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