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는 세상
마이켄 율 쇠렌센 지음·최정민 옮김·오월의봄·1만3000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4년째로 접어들었다. 그사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아이들의 목숨까지도 무참히 앗아가는 전쟁을 목도하는 지금, 인류는 ‘전쟁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덴마크 출신 사회학자인 저자는 평화주의자 관점에서 전쟁을 멈추는 실천 방안을 고찰한다. 그는 비폭력 저항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가상의 회의론자’가 질문하고 그에 답하는 방식을 통해 논의를 확장한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에 무장 방어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을까’, ‘실제로 성공한 비폭력 저항의 사례들이 있을까’ 등의 질문에 실용적 관점에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무장 저항의 성공률 비교, 성공 사례 등을 제시하면서 군사주의자들이 폭력의 효용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류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답이라는 역사를 써왔지만, 전쟁은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인류가 비무장 투쟁이라는 실험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과학 용어의 탄생
김성근 지음·동아시아·2만2000원
‘과학’(科學)이란 말은 언제부터, 어떤 의미로 썼을까. 서양의 ‘사이언스(science)’를 번역한 말로 받아들이기 전 ‘과학’은 과거 시험을 위한 학문, 과거지학(科擧之學)의 준말이었다. ‘지식’이나 ‘앎’을 어원으로 둔 ‘사이언스’가 어떻게 ‘과학’이란 말로 번역됐을까. 과학사를 전공한 김성근 전남대 자율전공학부 교수가 과학, 자연, 철학, 주관-객관, 물리학, 기술, 진화 등 오늘날 과학을 대표하는 17개 어휘를 선정, 이 과학 어휘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파됐는지 추적한다. 과학 어휘들이 우리의 사고 체계와 세계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본다.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김혜원 지음·흐름출판·1만9000원
문을 닫고 방 안에, 몸도 마음도 가둔 청년들에 관한 이야기다. 은둔형 외톨이 전문가인 김혜원 PIE나다운청년들 이사장이 고립·은둔 청년들을 만나며 이들에 관해 집중 연구한 10년의 경험을 썼다.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그들을 신뢰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패배의 기록
김항 지음·창비·2만원
김항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사상사를 분석했다. 그는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가 식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짚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사회가 ‘하나의 일본’을 지향하면서 여러 사회 문제를 은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헬싱키, 생활의 연습
박사라 지음·황세정 옮김·세개의소원·1만4800원
일본 출신의 사회학자인 저자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핀란드 헬싱키로 이주한 후 일상을 기록했다. ‘이주민 적응기’라 할 만한 개인적 경험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에 더해 복지·교육제도, 행복도 조사 등을 두루 살피며 북유럽 사회를 탐구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