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마산은 아직 살아 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2025.02.17

[정태겸의 풍경](80)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마산은 아직 살아 있다

[정태겸의 풍경](80) 경남 창원 마산어시장-마산은 아직 살아 있다

마산이라는 이름은 이제 행정구역 명칭에만 남았다. 창원·진해·마산이 통합하면서 과거 부산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마산은 창원이라는 명칭 뒤로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입에 붙은 ‘마산’이라는 단어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그 도시를 찾아 내려간 길에서도 내내 ‘창원’ 대신 ‘마산’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었다.

이름이 바뀌었어도 풍광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눈에 익은 골목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새벽 공판장의 경매 모습을 보고자 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찾아간 그 자리는 비록 규모가 크지 않아도 30명 남짓한 경매인과 물건을 내놓고 빼가는 분주한 모습이 남아 있었다. 짧고 간결하게 접어든 공판장 뒷골목. 깜짝 놀랐다. 늘 걸어 다니던 그 골목은 이른 아침마다 어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이런 진풍경을 어디서 봤던가. 1990년대 초중반에 마지막으로 봤던 대도시의 어시장이 살아 있었다. 하얀 입김이 풀풀 나오는 싸늘한 아침에도 사람은 북적였고, 귀를 의심할 만큼 놀랄 가격을 연신 외치는 상인의 몸짓에는 뜨거운 삶의 희망이 살아 있었다. 그래, 마산은 이런 힘이 느껴지는 도시였지. “거친 사람들의 낭만이 숨 쉬는 도시”라며 웃던 친구의 말이 절로 떠오르는 어시장의 아침. 사라진 도시는 아직 이곳에 살아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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