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을 모욕하는 게시물을 퍼뜨린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참사 이후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악성게시글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총 118명을 투입했습니다. 지금까지 160여건을 수사해 2명을 검거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작성했다.” 검거된 피의자 한 명은 경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다고 합니다.
수사기관이 유족 모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 2022년 10월 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처절하게 2차 가해를 당했던 유족들입니다. 극우 세력은 “국민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와 같은 현수막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 걸었고, 유족에게 시시때때로 다가가 “또 우는소리 하느냐” 등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기사에도 유족 혐오 댓글이 광범위하게 달렸습니다.
당시 2차 가해의 ‘논리’를 제시한 것은 고위공직자들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는 2023년 1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공청회에 나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습니다. 참사 후 행안부 장관의 첫 브리핑을 보며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예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는 아니었고, 경찰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저는 이 말을 ‘놀러 갔다가 죽은 사람들이다’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유족 모욕 글 적극 수사 소식을 접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태원 참사 때 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1611호 표지 이야기에 저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지 썼습니다. 어쩌면 저는 반성문부터 썼어야 하지 않을까요. 3년 전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겪은 2차 가해의 고통을 더 적극적으로 다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이제부터라도 유족의 아픔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