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우편물을 조금 빨리 보내야 할 일이 생겼다. 어느 서비스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 세 가지 점을 따져봐야 한다. 요금이 얼마나 싼가, 배달서비스는 확실한가, 배달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가 등이다. 우체국 국제특송서비스 EMS는 이 점에서 비교우위가 있다. 민간업체에 비해 값이 30%가량 싸면서 신속·정확한 배달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준다. 배달해주기로 한 날을 지키지 못하면 요금을 되돌려주는 배달보장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알아두어야할 것은 이 서비스가 모든 나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일본·호주·홍콩·스페인·영국 등 8개국 외에는 EMS로 우편물을 보내더라도 배달보장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서비스 국가가 내년쯤 10개로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지난 8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카할라 우정연합체 CEO 이사회에서 이르면 2010년부터 프랑스와 싱가포르에서도 배달보장서비스를 시행키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카할라(Kahala)는 2003년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고급주택가 지역인 카할라에서 모임을 발족한 데서 유래된 명칭일 뿐 다른 뜻은 없다. 하지만 이제 그 이름은 지구촌 최대의 통합네트워크 의미를 지니게 됐다. 프랑스와 싱가포르가 배달보장서비스 지역에 포함됨으로써 세계 17만6000여개 우체국, 3억2900만 주소지가 하나의 특송 권역으로 묶이게 됐기 때문이다.
배달보장서비스란 무엇인가.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접수할 때 언제 배달될 것이라는 날짜를 지정하고 그 날짜보다 하루라도 배달이 늦어지면 우편요금을 전액 배상해주는 제도다. ‘확실한 배달보장’을 국가 간에 약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소포 한 통을 EMS로 미국에 보낸다고 하면 우편물 겉봉에 언제 배달될 것이라는 배달 예정일자가 찍힌다. 미국에서 우편물을 받은 사람이 겉봉에 찍힌 날짜를 보고 우체국에 늦었다고 항의하면 우편요금을 몽땅 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 이런 사례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0.2%, 그러니까 1000통 중 2통은 약속한 배달날짜를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해 미국이 0.3%, 일본은 0.1%의 비율로 요금을 물어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EMS는 그만큼 좋은 서비스다. 이 때문에 다른 종류의 우편물량은 줄어도 EMS 물량은 계속 늘어난다. 카할라 회원국 전체로 보면 지난해 10% 늘어났고 올해 다시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MS가 좋긴 해도 보편적 운송수단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요금 때문이다. 익스프레스(속달)인 만큼 일반 소포로 부치는 것보다는 요금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품질은 EMS, 요금은 일반 소포 수준인 서비스는 없을까.
우정사업본부가 이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카할라 이사회에 참석한 우정사업본부 남궁 민 본부장이 일본의 우편사업회사 기타무라 노리오(北村憲雄) 회장에게 두 나라간의 해상특송서비스(가칭 Sea Express)를 도입하자고 제안, 원칙적인 동의를 얻어낸 것이다.
남궁 본부장이 제안한 신규 서비스의 요체는 “우편물을 부관페리에 싣자”는 것이다. 부관(釜關)페리는 부산(釜山)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오가는 배. 여기에 한·일을 오가는 특송 우편물을 실어 나르자는 게 남궁 본부장의 아이디어다.
현재 EMS 우편물 1㎏의 항공운송료는 1200원. 배에 실으면 그의 10분의 1인 100~120원이면 된다. 무게 30㎏짜리 우편물을 EMS로 일본에 부칠 경우 항공료에 배달비용을 합쳐 7만7600원을 내야한다. 하지만 부관페리를 이용하면 이 요금을 4만7600원으로 낮출 수 있다.
물론 배달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하지만 배에서 내린 뒤 가정으로 배송할 때 EMS 우편물과 똑같이 처리하면 EMS보다 도시는 하루, 농촌지역은 이틀 더 걸릴 뿐이라는 게 우정사업본부 국제사업팀 유영철 사무관의 설명이다.
한·일 우정은 다음달 중 정식 MOU를 체결하고 연말쯤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다수의 EMS 이용자들이 물류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이종탁<출판국 기획위원>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