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전남 강진 다산초당-고요한 숲속 다산의 거처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2024.12.16

[정태겸의 풍경] (77) 전남 강진 다산초당-고요한 숲속 다산의 거처

바람은 차가웠지만, 숲 안쪽은 견딜 만했다. 나무 사이를 걸어 만덕산 기슭을 넘어가자 먼발치에 집 하나가 놓였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보냈던 거처다. 그는 강진에서만 18년을 보냈는데, 그중 10년을 여기서 머물렀다. 긴 세월을 머물렀으니 남긴 것도 많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우리에게 낯익은 수많은 책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무려 600여 권에 달하는 조선 후기 실학이 여기서 집대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산초당에 오르면 눈여겨봐야 할 게 또 있다. 현판이다. 이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친필을 집자해서 모각한 것이지만, 추사만의 기품이 오롯이 배어 있다.

이곳을 찾은 건 고요함에 머무르고 싶어서였다. 숲길 안쪽 깊숙한 이곳은 시끄러운 세상일에서 잠시 떠나 있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새소리만 가득하게 차올라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그락거리는 나무의 소리도 반가웠다. 집 주위를 가득 메운 자연이 주는 선물로도 충분히 좋았지만, 여기서 생을 보냈던 인물이 정약용이어서 더 좋았다. 그가 일생에 걸쳐 남기고자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다산의 그 뜻이 무겁게 다가오는 연말. 이 숲의 거처가 그 어느 곳보다 의미 있게 다가오는 오후였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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