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뇌
셰인 오마라 지음·안진이 옮김·어크로스·2만원
2020년 영국 브리스틀에서는 시민들이 노예 상인이었던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철거해 바다에 던져버렸다. 동상을 만든 지 100년 만에 노예 상인의 존재를 기억하지 않도록 결정한 것이다. 공동체가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상당히 중요하다. 기억의 과정이 치열한 싸움이 되는 이유는 기억이 사회 안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을 묶는 중요한 연결 고리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는 공동체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에게도 기억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해석하는 틀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회가 무엇을 기억할 것이냐가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면, 내가 무엇을 기억할 것이냐는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역사와 사회, 인류학 등을 신경과학과 엮어내며 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반이 ‘대화’였음을 밝혀낸다. 책은 개인 간의 관계를 넘어 국가라는 사회에서 대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적하며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행위가 무엇인지 묻는다.
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쑨중싱 지음·박소정 옮김·세종·1만8500원
쑨중싱 대만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기의 사회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해 사기를 치는 사람과 속는 사람, 이들을 둘러싼 세계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분석했다. 강의는 대만 사회에서 화제를 불러 모았고, 강의를 위해 연구한 결과가 책으로 나왔다. 책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사기 집단이 형성되는 과정과 어떻게 체계를 갖춰나가는지 분석하며 당대 현실을 그려낸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추천사에서 “지금까지 사회학적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섣불리 판단해버렸던 사기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사회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멋지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택근의 묵언
김택근 지음·동아시아·1만9800원
<김대중 자서전>과 <새벽: 김대중 평전>을 쓴 김택근의 칼럼집이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 ‘묵언(默言)’은 “말로 지은 삿된 것, 헛된 것을 부수자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또 “말이 극도로 오염된 시대에 묵언은 정화이자 성찰”이라고 말한다.
더 인간적인 건축
토마스 헤더윅 지음·한진이 옮김·알에이치코리아·3만원
발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인류와 건축물 이야기다. 직선적이고 따분한 건축물이 인간과 환경을 어떻게 집어삼키는지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수백장의 건축물 이미지가 즐비한 이 책은 건축을 통해 도시가 공공성과 기쁨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메이 지음·복복서가·1만6800원
오랜 시간 고통스럽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통증을 앓아온 병자이자 작가로서의 삶과 통찰을 담았다. 투병기나 인간 승리 같은 드라마는 없다. 통증이 유발하는 곤경과 고통을 묘사해온 작가들의 서사와 몸을 지닌 인간의 근본 문제에까지 질문을 던지는 인문 에세이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