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포스터만 보고 대하 시대극의 무게감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낭패가 될 수도 있겠다. 반면 만화적 캐릭터와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관객들이라면 즐길 만한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다.
제목: 킹덤 4: 대장군의 귀환(キングダム 大将軍の帰還)
제작연도: 2024
제작국: 일본
상영시간: 146분
장르: 액션, 전쟁
감독: 사토 신스케
출연: 야마자키 켄토, 오오사와 다카오, 요시자와 료, 하시모토 칸나
개봉: 2024년 11월 2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중국 춘추전국시대, 천하대장군을 꿈꾸는 소년 신(야마자키 켄토 분)은 진나라를 침략한 조나라에 맞서 참전해 민간인들로 구성된 ‘비신대’를 이끌며 힘겨운 전투 끝에 승리를 거머쥔다. 하지만 그들 앞에 과거 전사했다고 알려졌던 조나라의 무신(武神) 방난(킷카와 코지 분)이 나타나 피바람을 일으키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대원들은 목숨만 부지한 채 뿔뿔이 흩어진다.
한편 진나라의 황제 영정(요시자와 료 분)이 총대장으로 임명한 ‘전설의 대장군’ 왕기(오오사와 다카오 분)는 과거부터 깊은 악연을 이어온 방난과 운명을 건 대결을 준비한다. 여기에 이제껏 존재를 숨겨왔던 조나라의 천재 전략가 이목(오구리 슌 분)이 등장하면서 진나라군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다.
첫 번째 작품 <킹덤>이 나온 때가 2019년이다. 주간경향 1375호(2020년 5월) 시네프리뷰에서도 소개했다. 원작이 된 하라 야스히사의 만화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잡지 중 하나인 ‘주간 영 점프’에 2006년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연재를 진행 중인 작품으로 현재는 단행본만 71권을 발행했다. 원작이 누리고 있는 인기와 평가를 짐작게 한다.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혁명적 야심작
실사 영화화는 소니 컬럼비아 픽처스 대표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소니 컬럼비아 픽처스 대표 샌포드 패니치는 프로듀서 마츠하시 신조에게 ‘모두를 놀라게 할 혁명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라고 운을 뗐단다. 당시 마츠하시 신조는 ‘개그 액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은혼>(2017), <은혼 2: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2018)을 연이어 성공시켜 만화를 실사 영화화하는데 특화된 제작자라는 평가를 받는 터였다. 제안을 받은 마츠하시 신조는 바로 만화 <킹덤>을 떠올렸다.
일본은 만화 강국답게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양한 미디어 믹스(Media Mix: 하나의 작품을 여러 형태의 미디어로 확장하는 것을 일컫는 일본식 용어)가 빈번하다. 엔간한 히트작이라면 애니메이션은 기본이고 게임이나 실사 영화화가 진행된다. 하지만 상당수가 ‘무모한 과욕’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더구나 <킹덤>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시대극이었다. 광활한 배경과 대형 전투 장면이 불가피해 함부로 엄두를 내지 못할 작품이었다. 그러나 샌포드 패니치 대표는 과거 20세기폭스사에서 일할 때 상상 이상의 예산 초과를 감내해 가면서도 끝내 영화 <타이타닉>(1997)의 완성을 일궈낸 전력이 있기에 마츠하시 신조는 과감하게 <킹덤> 영화화를 제안할 수 있었다.
만화 원작 영화로서의 성취와 한계
<간츠>, <아이 엠 어 히어로>, <데스노트: 더 뉴 월드> 등의 만화 원작 영화를 연이어 성공시킨 사토 신스케 감독이 연출을 맡고, 원작자인 하라 야스히사가 직접 각본에 참여하는 등 3년간의 사전 준비 끝에 촬영을 시작했다.
웅대한 야심은 코로나19 유행이라는 뜻밖의 걸림돌을 만나 잠시 주춤했지만, 2022년부터 매년 한편씩 꾸준히 속편을 공개해 마침내 최종장을 선언한 <킹덤 4: 대장군의 귀환>까지 오게 됐다. 다행히 일본 내의 반응은 나쁘지 않아 앞서 공개된 3편 모두 개봉한 해 최고 흥행작 1위를 기록해왔다.
만화 인기에 힘입어 기획된 작품이지만 당연히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까지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4편은 전작과 바로 연결돼 전개되기 때문에 최소한 <킹덤 3: 운명의 불꽃>(2023)을 관람해야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애초 원작의 한계상 동반할 수밖에 없는 장황해 보이지만 실상은 단순한 서사, 과장된 인물들의 정서와 판타지 영화를 방불케 하는 초인적 액션 장면, 과도한 폭력성은 관객층 범위를 축소시킬 요인으로 보인다.
그래서 행여 포스터만 보고 대하 시대극의 무게감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낭패가 될 수도 있겠다. 반면 만화적 캐릭터와 일본 영화 특유의 과장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관객들이라면 즐길 만한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다.
천하대장군 왕기와 배우 오오사와 다카오
영화 <킹덤> 시리즈를 이끄는 주인공은 노예 출신으로 대장군을 꿈꾸는 소년 신이다. 하지만 전 편을 관통해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잡는 중요 인물은 육 대장군 중 한 명으로 언급되며 대검 ‘언월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천하대장군 왕기(사진 왼쪽)다.
1편 첫 장면에서 주인에게 팔려 가던 신은 광야에서 우연히 왕기와 그의 군대를 마주친다. 이 장면은 이후 펼쳐질 한 나약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미래와 숙명적 인연을 암시한다.
이후 속편들에서도 왕기는 잠깐씩 얼굴을 비춘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 극적 전환을 끌어낸다. 그리고 이번 네 번째 작품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사실상 그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작에서 왕기는 건장한 체격에 선 굵은 이목구비까지 지녔지만, 목소리와 언행에서는 중성적인 행태를 보이는 특이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실사화 소식이 전해지자 원작 팬이 가장 걱정했던 캐릭터였다.
공개된 영화는 다행히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고, 여기엔 왕기를 연기한 배우 오오사와 다카오의 변신과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
1968년 도쿄 출생인 오오사와 다카오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87년 모델 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다수의 CF를 거쳐 1994년부터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표적 미중년 배우로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으로 통하던 그지만, 이 작품을 위해 근육을 단련하고 얇은 톤의 발성을 구현하며 왕기를 연기해 동료 배우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