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를 선택했는가.’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국가라면 주기적으로 맞닥뜨리는 질문이다. 4년 만에 백악관으로의 귀환이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해당 질문의 대상이 된다. 특히 그의 승리로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불확실성’이라는 변곡점에 놓이게 됐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관심을 두는 주제가 됐다. 한국 역시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협력’ 등과 관련해 트럼프의 귀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가 ‘왜 트럼프를 선택했나’는 자연스럽게 ‘트럼프가 무엇을 바꿀 것인가’와 연결된다. 기존 정치 문법에서 벗어난 인물이 재신임을 받는 것은 단순한 권력 재편이 아니다. 미국사회가 그에게 기대하는 구체적인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이는 앞으로 4년간 트럼프 행정부 정책 결정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승리 이면에 담긴 미국 내 기대와 한국이 마주하게 될 변화를 총체적으로 살펴봤다.
미국은 왜 트럼프를 선택했나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로 빠르게 결론이 났다. 애초 박빙일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며 ‘트럼프 압승’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대선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실’과 ‘평가’를 구분해야 한다. 우선,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전국 득표율이 아닌 투표를 통해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하는 쪽이 승리한다. 트럼프는 최종 312명, 해리스는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11월 12일(현지시간)기준, CNN이 공개한 전국 득표율로 따지면 트럼프는 전체의 50.2%(7553만6884표), 해리스는 48.1%(7239만344표)를 얻었다. 양측 득표율 차이는 2.1%포인트다. 트럼프가 모두 승리한 7대 경합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애리조나) 중 최대 득표율 차는 애리조나의 5.7%포인트, 최소 득표율 차는 위스콘신의 0.8%포인트다. 트럼프는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 맞서 선거인단과 전국 득표율에서 모두 승리했다.
같은 날 치러진 상원의원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전체 100석 중 53석을 차지하며 과반을 확보했다. 하원의원선거는 여전히 개표가 진행 중인데 지난 11월 13일 미국 선거 분석 기관 디시전 데스크 에이치큐가 밝힌 내용을 보면 공화당은 이미 219석으로 과반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공화당이 행정부, 상·하원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웨이브(Red Wave)’가 도래했다.
다음은 사실에 대한 평가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압승’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인단 확보만 보면 312 대 226으로 큰 차이가 난 것처럼 보이지만 전국 득표율이나 경합주 득표율에서는 표 차가 크지 않다”며 “한국 언론에선 두 후보 지지율이 ‘박빙’이라고 표현할 땐 전국 지지율을 인용하고, 정작 결과를 두고는 선거인단 수를 기준으로 ‘압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제대로 된 비교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패배했던 4년 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전국 단위 득표율에서 약 4.5%포인트 앞섰다. 승자는 바뀌었지만 후보 간 전국 득표율 차의 절댓값은 줄었다.
선거인단 확보와 전체 득표율을 분리해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공화당은 행정부뿐만 아니라 국회도 장악했다. 결과만 보면, 마치 미국이 4년 만에 급격히 우경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보면 여전히 미국 유권자들은 민주당, 공화당에 기반한 ‘정당일체감’에 따라 투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50 대 50의 싸움에서 무게추가 한쪽으로 약간 기울었을 뿐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가 얼마나 크게 이겼느냐’가 아닌 ‘미국 유권자들은 왜 트럼프에게 조금 더 많은 지지를 보냈나’가 돼야 한다. 그 해답을 두고 여론조사, 전문가의 견해는 일치한다. ‘경제’ 문제다.
미국 50개 주 등록 유권자 12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AP VOTECAST’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4명이 2020년 대비 미국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경제’라고 답했다. 국승민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집권당 심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선거는 동원과 설득 두 가지에 좌우되는데 바이든 정부하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이 유권자를 트럼프 쪽으로 스윙(설득)하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층도 과거보다 트럼프로 많이 돌아섰는데 이는 인플레이션 타격은 저소득층에 집중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는 저소득층(연소득 5만달러 미만)의 과반(55%)이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48%만이 지지했다. 미국 선거 연구 전문가 존 사이즈(John Sides)는 “2020년 트럼프의 대선 패배와 2024년 승리는 모두 미국 경제가 안 좋다고 미국인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경제는 ‘미국 유권자가 왜 트럼프를 선택했나’의 답이다. 동시에 앞으로 4년간 트럼프 행정부 정책 결정의 ‘전제조건’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는 한국에서 가장 관심을 보이는 미국 대외정책 기조 변화와도 연계된다. 외교정책에서도 경제적 손익을 따지는 트럼프식 ‘거래주의’의 부활이다.
자유주의의 종말
불확실성을 예고한 트럼프의 시대에도 확실한 것은 있다. 동맹, 자유무역, 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와의 결별이다. 미국 민주당 정부가 강조해온 대외정책의 종말이기도 하다. 이를 수행할 세력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운 이른바 마가(MAGA) 세력이다. 미국의 국제 개입 및 전쟁 반대, 이민자 반대, 제조업 부흥 등을 외친다. 둘째는 ‘거래주의’를 기본으로 한 세력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도 실익을 중시한다. 외교적 거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두 세력은 정책 추진 방식에서 기능적 차이를 보일 뿐 ‘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충성파’라는 특징을 공유하며 혼재돼 있다. 셋째는 네오콘이다.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 세력이다. 강력한 군사력과 미국 예외주의를 내세워 국제사회에 대한 개입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자주의보다 미국 일방주의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밝혀온 외교정책과도 겹친다.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대외정책을 꾸려갈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강조한 ‘보편적 가치’는 단순 ‘수사’로도 존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중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거래주의’다. 자유주의, 현실주의, 구성주의 등 전통적 외교이론의 범주를 벗어난 트럼프식 외교의 특징이다. 국가 간 관계라는 외교적 특수성을 버리고 상인의 이해를 추가했다. 국제사회의 전쟁도 미국(혹은 트럼프 세력)에 이득인지, 비용이 될지를 따져 개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 ‘방위비 분담금’, ‘북핵 문제 대응’ 등에서 기존 셈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의 중요성, 특수성을 강조할수록 치러야 할 비용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지난 2년 반여 동안 추진된 정부 외교정책의 독특함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로 대표되는 가치에 기반한 ‘동맹관계’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결과가 한·미·일 삼각협력이라는 ‘블록화’로 나타났다. 동맹(혹은 블록화) 성립의 필수조건인 공동의 위협은 국내적 시각에선 북한, 세계적 시각에선 중국으로 인식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최대 위협으로 상정한 북한과의 대화선은 모두 끊겼다. 외교가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이 상황을 설명하면 윤석열 정부는 가치에 입각한 ‘자유주의’를 내세운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현실주의’, 정확히는 ‘위협에 대한 균형’에 충실한 정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정부의 선택은 스티븐 M.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위협균형(Balance-of-threat)’ 이론의 특징을 반영한다. 국가들은 각자 직면한 가장 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위협은 국가의 총체적 국력(Aggregate Power)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지리적 근접성’, ‘상대적 군사력’, ‘공격 의도와 관계’ 등을 따져서 판별한다. 일단 협력이 이뤄지면, 가장 안정적인 상태는 양측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는 경우다. 대립하는 양측은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각자 속한 협력 구조에 계속 종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친일’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삼각협력을 신봉하고, 북한이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식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적어도 동아시아에선 이 위협균형의 틀 안에서 움직였다. 미국이 상정한 실질적 위협이 북한이냐, 중국이냐와 관계없이 아시아 정책은 동맹을 통한 역내 힘의 균형이었다. 그런데 위협균형 이론에는 결정적 ‘허점’이 있다. 어떤 국가를 ‘위협’으로 간주하느냐는 각국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이 상정한 위협이 트럼프에게도 똑같은 위협인가를 봐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마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도 한·미·일 삼각협력은 잘 진행되리라 생각한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두 가지 방향에서 검증해볼 수 있다. 첫째는 트럼프 스스로 말한 내용이다. “나는 그들(시진핑 중국 주석·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잘 지냈다.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다. 나쁜 게 아니다.”(2024년 7월 20일 미시간주 그랜드 레피즈 유세), “만약 내가 지금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은 우리에게 연간 100억달러를 지불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기꺼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들은 ‘머니 머신’이다”(2024년 10월 16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경제인 클럽 대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한국이 방위에 필요한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동맹 무임승차’ 국가란 인식이 확인된다. 둘째는 위협균형 주창자의 분석이다. 월트 교수는 지난 11월 7일 주간경향과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식 대외정책의 특징은 무역 문제에 매우 강경하고 동맹에 회의적이며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가 한·미·일 삼각협력을 지지할 수도 있겠지만 아시아 내 동맹국들에 경제 문제와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서 큰 압력을 가할 것이고, 이는 결국 중국과 역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이 주도하는 블록(한·미·일 삼각협력)이 약화하기 시작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두 위에 나온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과는 배치된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다. 상황을 낙관한 대통령이 꺼내든 비장의 한 수는 11월 14일 기준 ‘골프 연습’만 확인된다.
동맹의 온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에 대한 전망을 보면 국내외 간 온도 차가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기(1993~1994) 방위 정책 및 군비 통제 담당 국장,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2005~2007) 전략 기획 및 제도 개혁 특별 고문을 지낸 피터 피버 듀크대 교수에게 한·미관계의 미래를 물었다. 그가 강조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트루먼 이후 모든 미국 지도자들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보호에 무임승차하려 한다고 믿으며 동맹국들에 대한 좌절감을 느껴왔다. 한국도 이에 해당한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지도록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부담을 덜고자 했던 미국 지도자들의 오랜 행동 패턴에 들어맞는다. 다만 다른 대통령들은 동맹이 가져다주는 순이익을 긍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동맹에 압력을 가하더라도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했다. 트럼프는 동맹의 순이익을 훨씬 더 작게 보거나 심지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다시 말해 동맹국들이 미국 납세자에게 무임승차를 계속한다면 동맹이 무너지는 것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소중히 여긴다면, 트럼프 시대에는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월트나 피버와 같은 미국 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의 가치’가 흔들릴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측근들이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1991년 체결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미국에 막대한 ‘적자’를 안겨주고 있다는 ‘동맹 무임승차론’이 핵심이다. 반면 국내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낙관적 인식이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을 겪으며 생긴 한·미동맹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즉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 하는 한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는 유지될 것이란 희망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동맹(협력)의 가치를 결정할 변수가 된다.
이에 대해 피버 교수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관세정책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크게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 때문에 트럼프가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중국에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며 “트럼프와 시진핑이 2020년에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는 거래를 거의 성사시킬 뻔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관계에 대해서는 국내 석학 역시 유사한 관점을 제시한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마가(MAGA)와 거래주의 파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면 중국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지 않고 국익에 도움을 줄 때 대중 포위와 견제 그리고 대만 사수론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복귀를 두고 “양국이 협력할 때 이익을 얻고, 대립할 때 손해를 본다”는 원론적 입장만 낸 채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블록화 등에 대한 입장은 북한, 러시아와 미묘하게 다르다. 잔더빈(詹德斌) 상해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중국 외교의 기본 원칙은 ‘동맹’이 아닌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으로 중국은 동맹의 교리를 믿지 않는다”며 “중국, 러시아, 조선(북한)은 하나의 블록이 아니며 가까운 미래에도 진영을 형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블록화나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와의 대립(균형)에 관심이 없다면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안보 구상이 흔들리는 역설적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협력 외엔 안보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권교체를 맞았다. 트럼프의 한국 방위비분담금 ‘100억달러’ 발언은 단순 허세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문제의 답은 결국 출발점에서 찾아야 한다. 위협에 직면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균형’만이 아니다. ‘편승’ 역시 가능하다. 동맹에 가담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핵심 이익을 해칠 경우, 위협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정책적 유연함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것이 동맹이론의 대가인 월트 교수다. 그는 “미국은 지역 국가들에 ‘평화를 뒤흔드는’ 존재로 보이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이 현명하지 못하게 갈등 온도를 높이는 존재로 보인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의 패권을 수용하려 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가 “트럼프가 한·미·일 블록을 약화시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현 정부가 트럼프가 내밀 청구서가 과도할 경우 이에 맞설 결기가 있느냐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문제가 단순해졌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돈만 충분히 내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나라 살림 적자가 91.5조원이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