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 한동훈’ 흔드는 경쟁자들…타격감 있나

‘반한’ 차기 대권주자들 지지율 꿈틀…오세훈·홍준표 발걸음 주목

이재명 일극 체제는 견고…3김 등 반명 연대 가능성은 아직 희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보수 세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척지기보다 어떻게든 손을 잡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싸우길 원한다.” 친한파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A의원은 최근 한 모임에서 같은 친한파 B씨에게 이렇게 보수 측 분위기를 전했다.

친한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윤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자’는 강경파와 ‘윤 대통령과 화해하자’는 온건파가 대립하는 가운데 강경파가 우세했다. 무엇보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김종혁 최고위원, 박정훈 의원 등 ‘친한 인사’보다 한 대표 자신이 가장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여러 번 각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측근의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결단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다. 지난 10·16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승리 이후 강경파의 목소리가 우세했는데 11월 이재명 대표의 잇따른 1심 판결을 앞두고는 온건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은 형국이다. 최근 한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과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는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이제는 대통령실로 향하던 화살을 거둬 이재명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친윤, 누구 손 들어줄지 주목해야

한 대표의 이런 태세 전환은 최근 잇따라 나온 ‘반한’ 대권주자들의 지지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갤럽 조사에 의하면 지난 9월 4주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한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자 중 42%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최근 11월 1주 같은 조사에서 한 대표는 41%의 지지율로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지난 9월에서 11월 사이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지지자 중 6%에서 8%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3%에서 7%로,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6%에서 5%로 바뀌었다. ‘반한’(반한동훈) 차기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꿈틀거려, 3인의 지지율을 합하면 무려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홍 시장이 영남에서, 오 시장이 서울에서 한 대표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은 지난 10월 29일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현·권영세 의원 등과 조찬회동을 하고 윤-한 갈등에서 여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 대표 지도체제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윤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나타나면서, 대권주자로서 오 시장의 등판 시기가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대표 체제를 비판해온 홍 시장 역시 연말 총리 교체설에 이름이 오르내려 차기 대권주자로서 발걸음이 주목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이 ‘홍 총리설’에 대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오·홍 시장의 반한 연대는 우선 가능한지부터 시작해 이들 중 누가 리더를 맡을 것이냐에 따라 차기 대권 구도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친윤계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최근 ‘한 대표 가족이 당 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 비방 댓글을 썼다는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윤-한 충돌’을 비껴가는 한 대표의 태도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얻은 63%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면서 “오 시장이나 홍 시장은 이미 당내 기득권 세력인데, 한 대표 자신도 기득권에 안주하게 되면 과반 지지의 바탕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와 달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극 체제’를 더욱 굳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대표는 11월 1주 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62%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9월 4주 같은 조사(58%)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한 달 반 사이에 3%에서 1%로 줄어들었다.

이 대표의 일극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변수는 사법리스크뿐이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25일 예정된 위증교사 사건의 1심 판결이 가장 큰 고비다. 지난 11월 14일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음식값 10만4000원 결제’로 시작된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 재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11월 15일 이 대표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11월 25일 판결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명, 김동연 지사 쪽으로 집결할 가능성

이런 일련의 판결을 앞두고 김동연 지사가 지난달 말 독일 방문 중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경기도지사와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 전 경남지사의 만남인 만큼 친문 재결집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오는 12월로 예정됐던 귀국 일정을 늦춰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김 전 지사는 지금 귀국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며 “국내에 들어오면 입장을 묻는 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여파를 천천히 지켜본 뒤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 김부겸 전 총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데 이들의 연대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김상일 평론가는 “지금 워낙 이 대표 체제가 견고해서 반명 연대의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만 김동연 지사의 경우 현직 프리미엄이 있어서 활동 공간이 넓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 쪽으로 비명 인사들이 집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입장으로 야권은 어느 정도의 균열이 생겼다. 조국혁신당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폐지 반대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금투세 폐지를 축으로 이 대표 대 반명 연대 간 대립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일극 체제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병천 소장은 “종합부동산세 이슈라면 모를까 금투세 폐지 이슈는 김건희 특검 이슈에 밀리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상일 평론가는 “윤 대통령을 먼저 심판하고 야당을 심판하겠다는 지난 4월 총선 민심이 아직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윤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 한 윤석열 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이 대표의 일극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반명 연대의 가능성이 아직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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