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특별감찰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싸움

2024.11.11

수사·기소권도 없는 특감, 임명되더라도 상징적 역할에 그쳐

한 대표, 정치적 리더십 문제 해소 위해 특감 승부수 던진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30일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30일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임기가 절반이나 남은 대통령과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여당 대표의 ‘불협화음’이 점입가경이다. 양측 모두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말하지만 이를 위한 전제부터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은 ‘덮어 놓고’ 당·정 합일을 강조하는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열어 놓고’ 수평적 협력을 요청한다. 열고 덮고의 차이는 ‘김건희 여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비롯한다. 한 대표는 여러 차례 김 여사 행보를 지적해 왔다. 지난 10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비롯해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말한 ‘국민 우려’가 김 여사 문제임은 지난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있었던 이른바 ‘윤·한 회동’ 이후 기정사실화 됐다. 반면 윤 대통령은 ‘묵묵부답’이다. 김 여사에게 제기된 명품 가방(백) 수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검찰이 잇따라 불기소 처분하며 ‘사법리스크’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남은 것은 사실상 ‘국민 감정법’이라는 태도다.

문제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것이 불거진다는 점이다. ‘정치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 폭로로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와 나눈 통화 내용까지 공개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2022년 6·1 재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그것은 김영선(전 국회의원)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말한 것이 핵심이다. 김 여사를 넘어 대통령에게까지 번지는 의혹으로 지지율은 최저점을 경신하며, 10%대로 바짝 다가섰다. 대통령실이 조만간 김 여사의 활동 자제를 포함한 조치를 발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여사 문제가 ‘없는 셈’ 칠 수 없을 정도로 정권을 흔드는 만큼 이제 쟁점은 수습 방식으로 옮겨졌다. 이미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한 3대 조치(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를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이 충분히 정무적으로 대응 가능한 범위다. 이에 한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로 한 가지를 추가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 1년여 정도 운영한 뒤 사실상 사문화된 ‘특별감찰관’(특감)의 임명이다. 한 대표가 대통령제의 오랜 쟁점인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싸움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감, 실효성보단 상징성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특별감찰관의 임명과 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2014년 여야 합의로 만들어 시행한 특별감찰관법 제1조의 내용이다. 제2조 비위행위 정의는 ‘실명이 아닌 명의로 계약을 하거나 알선·중개하는 등으로 개입하는 행위’, ‘공기업이나 공직 유관 단체와 수의계약하거나 알선·중개하는 등으로 개입하는 행위’,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 ‘부당하게 금품·향응을 주고받는 행위’, ‘공금을 횡령·유용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의 해법으로 특감을 꺼내든 이유를 짐작게 하는 조항들이다.

특감은 박근혜 정부 시기 딱 한 번 임명됐다.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활동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명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해당법 제3조 지위를 보면, 특감은 대통령 소속이다. 감찰의 개시와 종료 즉시 그 결과도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직무의 독립성을 명시했지만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권한 역시 문제다. 제19조에는 특감은 범죄혐의가 명백하여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 검찰총장에게 ‘고발’을 할 수 있다.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역시 검찰총장에게 ‘수사 의뢰’만 할 수 있다. 즉 수사권도, 기소권도 없다. 게다가 2021년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다. 특감이 임명되더라도 상징적 역할에 그칠 것이란 점은 법조문 곳곳에서 확인된다. 이른바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여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특감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대표 주장처럼 특감이 ‘대통령 공약’인지도 애매하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발간한 <정책공약집>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는 특감 관련 내용이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2022년 3월 14일 특감 재가동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이에 대해 김은혜 당시 당선인 대변인이 “인수위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당선인에게 보고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감이 윤 대통령의 ‘공약’이자 ‘초심’인지는 대통령만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은 사실상 특감 거부로 해석된다. “여야가 합의해 오면 임명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실 기본 입장이다. 야당은 권한 없는 ‘특감’ 임명은 ‘특검’을 막기 위한 꼼수인 만큼 거부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특감 임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한 대표의 특감이 ‘실질적 처벌’이 아닌 ‘정치적 명분’에 초점을 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지율 20%대의 대통령과 대립함으로써 정치적 홀로서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감은 이미 그 자체의 실효성보다 한 대표의 당내 신임을 묻는 의제(플레비사이트·Plebiscite)로 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10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잡을 것인가, 잡아먹힐 것인가

“특감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문제를 예방하는 기관이고, 지금 그런 역할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국민이) 하실 것이다”. 한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한 말이다. 특감과 관련한 한 대표 말 곳곳에서 ‘민심’, ‘신뢰’와 같은 단어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여당 내 친윤세력이 특감을 거부하면 민심 이반 세력이 된다는 의미다.

한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친한계’를 제외하면 국민의힘 당내 역학구도는 크게 세 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특감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친윤계가 있다. 명분은 여야의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묶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은 윤 대통령 의사에 동조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축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차기 당권, 대권을 노리는 후보군이 있다. 이들은 지난 10월 29일 모여 “대통령실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정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당은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을 소통에 나서달라”며 대통령과 당대표 모두를 겨냥했다. 마지막 한 축은 가장 다수로 평가받는 이른바 ‘관망파’다.

이들 의견을 한데 모을 수 있느냐는 한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과 직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일 터지는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악재는 역설적이게도 한 대표에게 긍정적 요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부정적 민심은 단순히 한 대표의 입지를 넘어 보수진영 전체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며 “민심을 회복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특감은 대외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당내 의견이 끝까지 조율되지 않고 의원총회 표결로 가도 여론에 밝은 관망파가 특감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 20%대가 붕괴하기 직전인 상황인 만큼 당내에서도 특감을 통해 김 여사 문제에 갇히지 말자는 의견이 표출될 수 있다”며 “한 대표가 자신에게 제기되는 정치적 리더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특감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이해관계는 특감으로 분명하게 갈렸다. 상대의 악재가 내겐 호재가 되는 상황이다. 결국 둘 중 한 명은 상대에게 꺾여야 끝이 난다는 의미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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