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에 앞서 손 내밀기

2024.10.07

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남에게 충고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습니다. 어릴 때는 깊은 생각 없이, 손쉽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관해 대체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앞에 두면 더욱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손을 한번 잡아주는 게 최선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청년들, 그중에서도 ‘그냥 쉬는’ 청년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국무조정실의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와 통계청 ‘사회조사’를 토대로 지난해 추정한 한국의 고립은둔청년(19~39세)은 최대 약 54만명입니다. 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7~8월 실태조사(보사연 수행)를 진행했습니다.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2만1360명이 온라인 조사에 참여했고, 이중 절반이 넘는 1만2015명이 ‘객관적 위험’ 상태로 분류됐습니다. 보사연은 1만2105명 중 8874명을 심층조사했습니다. 10명 중 6명은 고립은둔을 20대(60.5%)에 시작했습니다. 고립은둔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 가장 많았습니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청년들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3.7점으로 전체 청년 평균(6.7점,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비해 매우 낮았습니다. 10명 중 8명(80.3%)은 매 끼니 혼자 먹었습니다. 2명 중 1명(52.3%)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했습니다. 신체건강,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56.1%와 63.7%였습니다. 4명 중 3명(75.4%)이 자살을 생각했습니다. 이중 26.7%는 실제로 시도했습니다.

이어서 볼 통계가 있습니다. 지난 9월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은 46만명입니다. 올해 5월부터 4개월째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9일에는 좀더 자세한 자료가 나왔습니다. 최종 학교를 졸업(수료·중퇴 포함)하고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지난 5월 기준 23만8000명이었고, 이중 34.2%(8만2000명)는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했습니다. 통계청은 학교를 졸업하고 3년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난다고 해석했습니다.

기성세대는 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공장이 그렇게 많다는데 집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에게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서 무슨 일이든 시작하라”고 충고하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라고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을까요.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고립은둔청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섣부른 충고에 앞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고립은둔 청년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도 만나봤습니다. 일방적인 충고보다는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먼저입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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