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해리스로 패 바꾸길 잘했다”

2024.09.29

미 대선 첫 TV토론…워싱턴포스트 칼럼서 평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10일(현지 시간) ABC 방송 주관 TV 토론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10일(현지 시간) ABC 방송 주관 TV 토론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TV 토론이 막을 내렸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ABC 방송 주관 TV 토론에서 만나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토론 종료 후 미국 언론과 방송 시청자들은 대체로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봤다. 민주당의 새 후보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이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 당일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초박빙 속에서 이번 토론이 얼마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바이든과 다른 해리스

이날 오후 9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만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작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려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먼저 악수를 청했다. 지난 6월 TV 토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악수하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다른 행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늘 유권자 여러분은 낡고 오래된 각본, 거짓말, 불평, 험담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이제 페이지를 넘기자.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연관돼 공격을 당할 땐 “당신이 경쟁하는 상대는 바이든이 아니라 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토론회에서 ‘아직 존재감이 작다’는 약점을 극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3년 넘게 부통령으로 일했음에도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잠정 유권자 31%는 ‘해리스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이날 토론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기회가 됐다. 간결한 질문과 답변으로 검사 출신이란 장점을 부각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카렌 투물티는 ‘트럼프에게 나쁜 소식: 해리스는 바이든이 아니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당이 바이든 대신 해리스를 지지한 것이 옳은 일이란 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폭스뉴스마저 “진행이 편파적이었다”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활약했다고 인정했다.

경제·임신중지·외교 ‘누구 책임’ 공방에 집중

토론의 화두는 크게 경제, 임신중지권, 대중국 관계, 외교 등으로 나뉘었다. 경제와 물가 문제가 첫 질문으로 등장하자 양측은 경제 악화가 상대방의 책임이라며 공격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 감세 등으로 중산층의 부담을 키우고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최악의 인플레이션, 끔찍한 경제”에 책임이 있다고 받아쳤다.

임신중지권을 두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린 듯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입장은 (임신중지 가부 등을) 각 주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지만,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 금지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 주에서는 임신 9개월 차 임신중지뿐만 아니라 아기를 살해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현장에서 즉각 제지됐다. 토론 진행자는 “이 나라에는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것이 합법인 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후보는 외교 문제에 관해선 서로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는 독재자들을 존경한다. 그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조종할 수 있어서 그가 당선되길 응원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나를 두려워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야말로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100분이 안 되는 제한된 토론시간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다. CNN방송이 각 후보의 발언 시간을 집계해 보니 해리스 부통령은 37분 36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42분 52초를 차지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월 1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최로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월 1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최로 첫 TV 토론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각자 승리 주장…끝까지 가봐야 안다

토론 종료 후 양측 모두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치러 본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자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로 해리스는 이 나라를 이끌 최고의 선택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유권자의 평가는 어떨까. 이날 토론 종료 이후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토론을 지켜본 등록 유권자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더 잘 이해하는 후보’로는 44%가 해리스 부통령을, 4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다. 토론 이전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같은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39%, 트럼프 전 대통령이 43%로 나타났다. 이번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선전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 역시 토론 전 39%에서 45%로 올랐다.

이날 토론 결과만으로 최종 승패를 예측할 수 없다. 앞서 인용한 조사에서 응답자 82%는 토론이 자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재고하긴 했지만 마음을 바꾸진 않았다는 응답이 14%였고, 선택할 후보를 바꿨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현재 부동층이 대선 때 어느 쪽으로 향할지, 각 후보가 상대의 지지층을 얼마나 빼앗아 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오는 9월 16일 펜실베이니아주를 시작으로 미국 각 주에서 시작되는 사전투표에 관심이 쏠린다.

대선까지 두 달,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우열을 가르기 무의미한 수준으로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고 있다. 역대 미 대선 중 가장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두 후보가 토론에서 맞붙을 기회가 또 있을지는 현재 미지수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이날 토론이 끝나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토론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가 토론 가능성에 대해 “해리스는 오늘 밤 패배했기 때문에 다음 토론을 원하겠지만 내가 그렇게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부통령 후보들의 토론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돼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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