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인공지능 거품론과 캐즘? 문제는 매출과 이익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 응용학과·첨단기술 비즈니스학과 교수
2024.09.09

인공지능은 거품이 아니며 ‘캐즘’을 통과 중이다. 캐즘은 소수의 소비자 위주의 초기 시장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지는 언스플래시

인공지능은 거품이 아니며 ‘캐즘’을 통과 중이다. 캐즘은 소수의 소비자 위주의 초기 시장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지는 언스플래시

‘인공지능(AI)은 거품이다’라는 의견이 최근 대두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거품이 아니다. 단지 ‘캐즘(Chasm)’을 통과 중이다. 캐즘은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사는 고객’에서 ‘실용적일 때만 사는 고객’으로 확대하는 과정에 넘기 어려운 골짜기를 말한다. 암호화폐와 NFT는 캐즘을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메타버스는 긴 캐즘을 겪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미 캐즘을 통과 중이다.

인공지능 거품론은 AI가 돈은 못 벌고, 주가와 시장의 기대만 올려놓고, 결국 다 망해서 실망하게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결국 돈을 벌어야 거품이라는 말이 없어진다. 많은 사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에 주는 가치 제안은 존재하나, 그 대가로 얻는 수익 흐름이 비용을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I 기업들은 아래에 소개하는 여러 종류의 이익 모델을 숙지하고 전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엔비디아,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유지 가능

고객 솔루션 모델은 단순하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이 불편해하는 프로세스를 찾아 해결책(솔루션)을 제공해 높고 지속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엔비디아가 GPU(그래픽처리장치)뿐만 아니라 CUDA 플랫폼도 제공하는 것이 전형적 사례다. 경험 곡선 모델은 경험이 많아지면 거래당 비용이 떨어져 수익성이 높아진다. AI 컨설팅 기업 등이 사례다. 전문화 또는 전문제품 모델은 전문화로 일반 기업보다 몇 배 높은 수익을 향유하고 시간이 지나면 특허 만료와 경쟁으로 수익성이 감소한다. 뷰노와 같은 의료분야 AI 회사가 사례다.

제품 피라미드 이익 모델은 피라미드 아래에는 저가격 다량 제품을, 최상위에는 고가격 소량 제품을 배치하는 전략이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고급 서비스는 유료로 제공하는 프리미엄(Freemium) 모델도 그 일종이다. 오픈AI가 GPT-3.5는 무료로, GPT-4는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 AI 분야 전형적 사례다. 다요소 시스템 모델은 시스템 내에 여러 구성요소가 있고, 몇몇 요소가 고이익을 대표한다. 오픈AI가 개인 사용자용 구독 모델과 종량제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모델을 같이 제공하는 것이 사례다. 브랜드 모델은 오랜 기간 브랜드를 구축해서 인식, 인지도, 신뢰, 믿음을 구축하고 이러한 무형자산을 높은 가격에 파는 모델이다. 런웨이 AI가 젠(Gen)-1, 젠-2, 젠 3 알파(Alpha) 등으로 서비스를 조합해 나가는 전략이 사례다. 블록버스터 모델은 프로젝트 형태의 사업이다. 프로젝트 유형별로 비용은 5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산출 수익은 50배 정도의 큰 편차가 생긴다. 유럽연합(EU)의 멜로디나 한국의 K-멜로디와 같은 연합학습 기반 AI 신약 개발 사업이 사례다.

시간 모델(또는 신제품 모델)은 모방 기업이 이익을 잠식하기 이전에 초기 진입자가 이익을 볼 수 있게 설계한다. 초기 진입자가 우위를 점하며, 모방자가 잠식할 때까지 가격 프리미엄을 취한다. 제품이 성숙하면 수익은 떨어진다. 오픈AI의 GPT-3.4, GPT-4, GPT-5 등 계속된 신제품 출시 전략이 이에 해당한다. 창업가 이익 모델은 적절한 시기에 기업을 파는 모델로, 영국 스타트업 딥마인드(DeepMind)가 미국 구글에 2014년에 인수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생산능력 활용 사이클(순환주기) 모델은 수익성이 순환주기에 의해 결정되는데, 엔비디아는 기술과 시장의 순환주기에 따라 그 생산능력과 수익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AI 기업이다. 기반 조성/판매 후 이익 모델은 후속 제품 이윤이 매력적인 경우로, 면도기-면도날 모델이라 불리기도 한다. 어도비(Adobe)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와 같은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초기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를 확보한 후 지속적 업그레이드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해 반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업계 표준모델은 규모에 따른 수입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표준을 형성함으로써 고객과 경쟁업체의 행동을 조정한다. 메타 AI가 라마 3.1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개발자들이 라마를 사용해 응용 서비스를 구축하게 되면 메타의 기술이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돼 최종적으로는 메타의 영향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거래 규모 중시 모델은 비용이 거래 규모에 따른 수수료처럼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는 경우 거래 규모가 큰 고객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팔란티어 테크놀러지스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큰 규모의 정부와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고가의 계약을 통해 높은 이윤을 유지한다. 상대적 시장점유율 모델은 많은 산업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들이 수익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대규모 제조 경험과 대량구매 능력이 있어 가격우위를 가지며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판매가 늘수록 광고와 고정비도 줄어든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에서 점유율이 커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분명 가치를 제공

지역 리더십 모델은 기업의 경제 기반이 대부분 지역에 있어서 지역별로 특정 지역을 우선 장악해 각종 비용 등을 줄여 경쟁자보다 수익성 우위에 서는 모델이다. 네이버가 주장하는 소버린 AI 모델이 일종의 지역 리더십 모델이다. 저비용 사업설계 이익은 기존 업체의 누적된 경험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유로보틱스는 일반적인 자율주행차처럼 라이다(LiDAR)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센서만을 탑재한 자율주행배송로봇으로 제작 및 운영 비용을 크게 낮췄다. 또 간단한 제작 방식으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을 우회하고, 지도가 없는 낯선 지역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했다.

스위치보드 모델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만들어 가치를 창출한다. 중개자는 구매자와 공급자의 거래 비용을 줄여주고, 둘 간의 성사에 따른 수수료 및 가입비 등 수익을 낸다. 매칭 AI 에이전트 비즈니스 모델이 전형적 사례다.

도널드 섹스톤(Donald Sexton) 컬럼비아대학 명예교수가 만든 ‘섹스톤의 매출 법칙’에 따르면 매출의 변화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의 상대적 변화의 제곱에 비례하고, 제품에서 느끼는 가치가 올라가면 고객의 지불 의사가 올라가서 가격을 올려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사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 지각된 가치가 상대적으로 변화한 만큼의 제곱으로 매출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돈을 내기 시작한다. 암호화폐와 NFT가 캐즘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들이 고객에 주는 가치가 없어서 나온다. 반면 인공지능은 분명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 AI를 써보면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분명 존재함을 실감할 수 있다. 이제 문제는 매출과 이익 모델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 응용학과·첨단기술 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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