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과외’가 답이 아닌 이유

2024.09.02

송윤경 기자

송윤경 기자

저의 학창 시절, 학교 성교육은 주로 순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순결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한 선생님은 ‘순결 사탕’을 나눠줬습니다. 아마도 ‘순결을 지키자’는 의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이 사탕을 먹은 후 순결을 깨면 배가 아플 것”이라는 경고(?)도 했는데, 이 말이 진짜인지 궁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성교육을 허술하게 받았기 때문일까요. 사실 그동안 ‘학교 성교육에 뭘 기대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고정관념은 유네스코(UNESCO)가 권하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접하며 깨졌습니다.

포괄적 성교육은 인생에서 겪는 성의 모든 문제를 포괄합니다. ‘우정·사랑·연인 관계’ 분야 학습목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유네스코는 만 5세 때부터 ‘건강한 관계’와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가르치기 시작해 15~18세에는 “건강한 성적 관계와 건강하지 못한 성적 관계를 인식”하게 하면서 “건강한 성적 관계에서 애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설명”할 수 있도록 가르치라고 합니다.

한국의 학교 성교육이 여전히 순결주의·금욕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중산층 양육자들을 상대로 한 ‘성교육 과외’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욕주의 성교육은 아동·청소년이 ‘성적 존재’임을 부인하지만, 대다수 양육자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 성적 욕망을 제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성을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알려주려는 양육자가 늘어나는 것은 다행이지만 사교육이 답일 수는 없습니다. 양육자 여건에 따라 성교육 기회가 달리 주어지는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노골적으로 ‘가해자 안 되는 법’을 가르치는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로의 변화’라는 성교육 목표가 사교육 시장을 통해 달성될 리 없습니다. 지난 1592호 표지 이야기 ‘성교육 바로쓰기’는 바로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제라도 학교 성교육을 바꾸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합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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