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가든-왜 이 집을 ‘늘봄가든’이라고 주장할까

2024.09.02

<늘봄가든>은 <곤지암>에 이어 ‘대한민국의 3대 흉가’를 영화로 만들었다. 경북 영덕 흉가도 영화로 만들어질까. 만약 누군가 도전할 생각이라면 <늘봄가든>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이노기획

/이노기획

제목: 늘봄가든(Spring Garden)

제작연도: 2024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90분

장르: 공포

감독: 구태진

출연: 조윤희, 김주령, 허동원, 정인겸, 박루아

개봉: 2024년 8월 2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작: ㈜바이어스이엔티

제공/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정도면 총체적 난국이다. 포스터부터 거창하게 ‘대한민국 3대 흉가 늘봄가든’이라고 못 박아놨는데, 영화 <늘봄가든>을 다 본 뒤에는 굳이 이 제목을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가민가하는데 영화 속 리모델링 하우스가 늘봄가든이라는 건 스치듯 비추는 ‘스프링 가든(spring garden)’이라는 땅에 놓은 문패뿐, 그 이름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 없다. 결정적으로 영화 포스터는 사기에 가깝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늘봄가든’은 분명 충북 제천 봉양읍에 있는 늘봄갈비의 외양을 닮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건물은 전혀 다르다. 영화 개봉 소식이 알려지자 제천 지역 언론은 늘봄갈비 건물 매입자와 봉양읍 이장단협의회가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려 한다고 보도했다. <늘봄가든> 제작진은 법적 소송을 피하려 엉뚱한 건물과 이야기를 가져다 쓴 것일까.

포스터와 다른 영화 속 ‘늘봄가든’

영화는 “특정 지역이나 지명, 장소와 무관하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정말 무관하다. 실제 괴담이 만들어진 늘봄갈비는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진 논밭 한가운데 서 있다. 영화 속 건물은 경기도 어디 교외 주택촌 인근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불량청소년들이 이 ‘빈집’에 누군가를 찾으러 들어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어두컴컴한 지하실, 3명의 청소년이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들어가는데 언제부터인가 플래시는 넷이다. “분명 우리 말고 누군가 더 있어”라며 각자가 들고 있는 플래시를 꺼보니 남은 플래시는 하나. 그 휴대전화 플래시는 누가 켠 걸까. 꽤 유명한 도시 괴담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더 그럴듯하게 연출할 수도 있었던 도입부 에피소드인데 평면적으로 연출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 주인공 소희와 사진작가인 남편 창수는 신혼부부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소희 앞에 남편 창수가 목을 맨 채 죽어 있다. 행복은 악몽이 됐다. 장례식장을 찾아온 시댁 식구들은 소희가 남편을 자살로 몰고 간 것 아니냐 다그친다. 무슨 소리냐며 화를 내는 소희의 언니 혜란과 시댁 식구들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도중 소희는 하혈을 한다. 아이를 잃은 것이다. 실의에 빠져 누워지내던 소희에게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락이 온다. 남편이 소희 앞으로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 사무장이 찍어온 집 사진이 이상하다. 2층 창가에서 누군가 내려다보는 모습이 어렴풋이 찍혔다. 소희 눈엔 그 그림자가 남편 창수로 보였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창수는 무슨 미련이 남아 유령으로 나타난 걸까. 시댁 식구들의 성화로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소희는 남편이 남긴 집에 들어가 살기로 한다. 언니 혜란의 가족들이 놀러 왔고, 혜란의 아이들은 마당의 그네를 타고 논다. 소희만 창수를 본 게 아니다. 아이들도 이모부를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아이는 또 다른 증언을 한다. 자기가 본 건 이모부가 아니고 무섭게 생긴 누나라고. 도대체 이 집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영덕 흉가’를 영화로 만든다면

“손이 올라타면 산송장이 되는 거야.” 집 앞에 나타난 무속인의 대사다. 저 대사를 내뱉은 뒤 “캭~퉤” 하며 침을 뱉는다. ‘험한 것이 나왔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올해 상반기 히트작 <파묘>를 의식한 듯한 대사다. <늘봄가든> 개봉에 앞서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웹툰에서는 이 대사를 뱉는 사람이 무당, 그러니까 여성 무속인으로 돼 있는데 영화에서는 배우 정인겸이 박수무당으로 나온다. 웹툰에는 가출 청소년 중 한 명이 무당의 딸로 설정돼 있는데 영화에선 이 박수무당이 늘봄가든 주위를 배회하는 까닭, 딸을 감금해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단조롭고 캐릭터들은 평면적이다. 이야기는 산만하며 개연성이 부족하다. 영화 <곤지암>(정범식 감독·2018)은 온라인에서 떠도는 이른바 ‘대한민국 3대 흉가’ 중 한 군데인 경기도 광주 곤지암 정신병원을 찾아가는 흉가 체험팀 이야기를 다뤘다. 꽤 성공했다. <늘봄가든>은 한국의 3대 흉가를 두 번째로 극화한 것인데 흥행면에서나 작품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3대 흉가 중에는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영덕 흉가가 남았다. 이것도 영화로 만들어질까. 만약 누군가 도전할 생각이라면 <늘봄가든>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늘봄가든 괴담’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경위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늘봄갈비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한두 달 전쯤 홍보 e메일을 통해서였다. 아니 이게 영화로 만들어진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기자는 ‘늘봄가든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실제 늘봄갈비 이야기를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 기사로 썼다(사진). 둘 다 여름 납량특집 기획이었다. 기사는 2편이었지만 방문한 횟수는 훨씬 더 많다. 충북 제천시 인근으로 출장 갈 때마다 들렀다. 여름 휴가길에도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제천나들목을 빠져나와 그곳에서 한동안 머물다 가곤 했다. 현장 취재는 꽤 성과가 있었다. 실제 늘봄갈비에서 장사했던 부부뿐 아니라 그 건물을 직접 지은 사람, 리모델링 후 거주했던 무속인도 만나 사연을 들었다.

오싹한 괴담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불륜이 발각돼 트럭을 몰고 도망치던 남편이 늘봄갈비 정원의 연못을 들이받고 사망했다. 사고현장은 택시를 타고 쫓아가던 부인과 늘봄갈비 주인이 동시에 목격했다. 좋은 사건은 아닌지라 쉬쉬했던 것이 발 없는 말이 되어 동네를 휩쓸었다. 어떻게 이 괴담이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는 이전 기사들에 자세히 적어놓았다.

영화 <늘봄가든>에서 ‘늘봄가든 괴담’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접시나 칼이 날아와 벽에 박히고 깨진다는 ‘폴터가이스트’ 현상 같은 건 원래의 괴담을 변용한 거라 할 수 있을 텐데, 늘봄가든이라는 이름만 빌렸을 뿐 원래 괴담을 영화에 녹여내지 못했다. 기자시사회 이후 진행된 감독 및 출연진과 대화는 참석하지 않았다. 기대했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영화 초기 시나리오 단계에선 주간경향의 기사도 참고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도 늘봄갈비 또는 늘봄가든 괴담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면 주간경향 기사가 검색 결과 상위권에 뜬다. 내심 엔딩 크레딧에 주간경향이 언급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그조차 포기하고 나왔다.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되고 말 이야기는 아닌 듯싶은데 아쉽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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