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꼭 해야만 하는 숙제가 지금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2007년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겠다’ 약속해 놓고는 아무도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한 숙제입니다. 바로 ‘국민연금 개혁’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세대별, 소득구간별, 성별 등으로 이해관계가 달라지니 사회 전체가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1988년 국민연금이 출범한 이후 ‘지속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끊임없이 따라다녔지만, 제도 개혁은 딱 두 차례만 있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5년마다 한 살씩 2033년 65세까지 늦추는 1차 제도 개혁을 시행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보험료율은 건드리지 못했지만, 소득대체율만이라도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17년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운 때는 2018년 11월입니다. 당시 취임 2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았고, 같은 해 6월 치른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압승했습니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국민연금 개혁안을 보고받은 뒤 “국민이 생각하는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이를 반려했습니다. 복지부는 공청회에서 개혁안을 공개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하는 일정까지 짜놓았지만,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모든 계획이 출발선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이때 하지 못한 국민연금 개혁은 문재인 정부 내내 다시 사회적 의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정권이 바뀐 2023년 1월 27일, 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기금 고갈 시기가 한층 당겨진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5년 전에 개혁을 연기한 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의지는 커 보입니다. 정부는 오는 9월 초에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성에 초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치인들이 개혁을 망설이게 만드는 선거도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없으니, 말 그대로 개혁의 적기입니다.
그동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 기회를 차버리지 않으려면 시민의 관심이 꼭 필요합니다.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을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에 환기시켜야 합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에서는 정부가 준비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미리 살펴봅니다. 지난해 10월 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바탕으로 ‘세대별 이상 속도 차등화’와 ‘자동안정화 장치’를 중점적으로 분석합니다. 우리의 노후가 담긴 문제입니다. 비판이든 우려든 내용을 알아야 할 수 있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