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특이한 1인 시위가 펼쳐졌다. 흰 저고리를 차려입은 백발의 여성이 검은색 천에 흰색 글씨가 써진 만장의 깃대를 하염없이 흔들었다. 만장에는 “장군님 미안!”이라고 쓰여 있었다. 만장 깃대를 흔든 주인공은 양혜경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었다.
양 이사장이 이날 1인 행위극을 펼친 이유는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이날 광복절 기념식은 사상 초유로 쪼개져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주최 경축식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고, 같은 시간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
양 이사장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1시간가량 만장을 흔드는 행위극을 펼쳤다. 경찰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을 염려해 퍼포먼스를 몇 번이나 만류했다. 실제로 양 이사장 주변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 퍼포먼스의 의도를 비판하며 소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 이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묵묵히 행위극을 이어갔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