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엄마의 눈물은 섞이지 않고 선명했다. 이내 엄마의 볼에 닿은 빗물과 눈물은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아들의 사진 위로 쉴 새 없이 내려앉았다.
고 강보경씨 산재 사망 1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8월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1주기 추모 및 검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씨는 지난해 8월 DL이앤씨의 하도급업체 소속 일용직으로 부산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다.
먹구름 가득하던 흐린 하늘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천둥 번개와 비를 뿜어냈다. 참석자들은 천둥소리는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이고 쏟아진 소나기는 원통한 눈물 같다고 했다.
이날 강씨의 어머니 이숙련씨와 누나 강지선씨는 강씨의 영정을 들었다. 어머니는 “제사를 앞두고 아들이 좋아하던 파인애플도 사고 체리도 샀다”며 “(과일을) 깎아서 먹여주고 싶은데 냉장고에 넣어두려니 마음이 찌르는 듯 아팠다”고 했다.
부산 연제경찰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4월 기소의견으로 부산지검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강 수사를 지시했다. 이씨는 “도대체 몇십명의 사망자가 채워져야 조사를 할 거냐”며 “검찰은 노동자 목소리를 하찮게 여기지 말라”고 했다.
우산 쓰고 영정을 든 채 기소 촉구서를 전달하러 안으로 들어가던 가족들은 사진과 손팻말은 들어갈 수 없다는 관계자 안내를 받고 잠시 멈춰섰다가 이내 아들의 사진을 내려놓았다. 강씨의 사진 위로 빗방울은 계속 떨어졌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