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206개국 1만500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남성·여성 선수가 5250명으로 성비가 똑같았다. 성소수자 선수 191명도 포함됐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벌어지는 뜨거운 논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인터섹스(신체 성징이 전형적인 남녀의 신체 정의에 규정되지 않는 사람) 선수의 출전을 둘러싼 논란이다.
스포츠에선 오랫동안 성별 이분법이 굳건했다. 스포츠는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신체가 다른 남녀가 동위에서 경쟁한다면 ‘불공정’하다는 합의가 있기에 따로 경기를 치렀다. 같은 성별끼리의 신체적 차이는 어떨까. 복싱, 레슬링, 유도 등은 체급을 나누고 수영, 육상, 축구 등은 체급을 나누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시스젠더(자신의 성별과 생물학적 성별이 같다고 여기는 사람) 여성과 인터섹스 여성의 신체적 차이는 ‘불공정’할 정도일까.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차이를 좁혀야 ‘공정’할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는 인터섹스였다. 여자 육상경기에 출전했지만 시스젠더 남성 선수 수준의 근육량을 갖고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육상 여자 800m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공정하다는 비판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성의 주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기준으로 세웠다. 이후 세메냐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사람의 신체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선 여자 복싱경기에 출전한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 선수가 논란이었다. 칼리프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성발달이상(DSD)을 가졌다고 알려졌지만, 평생 여성으로 살았고 성전환 수술도 받지 않았다. 16강전에서 1라운드 46초 만에 상대 선수에 승리하자 비난이 폭주했다.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은 “치욕”이라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오히려 상대 선수가 “칼리프도 나처럼 출전한 여성”이라며 “그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혐오도 공정의 가면을 쓴다.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의 차이를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그런 무지를 당당하게 드러낸다. 일각에선 논바이너리(자신의 성별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정의하지 않는 사람)로서 여성 육상경기에 출전한 미국의 니키 힐츠 선수를 겨냥해 불공정하다고 비난한다. 힐츠는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고, 수술로 성을 전환하지도 않았다. 힐츠는 “논바이너리가 뭘 뜻하는지 계속 설명하는 것도 이제는 지친다”고 말했다.
스포츠에는 ‘공정’만큼 ‘평등’의 가치도 중요하다. 최초의 올림픽은 남성만의 축제였다. 올림픽 창설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격렬한 신체 활동이 여성의 매력을 파괴한다”며 여성의 참가를 금지했다. 1896년 1회 아테네 올림픽에 여성 선수는 0명이었다. 그로부터 128년이 걸려 남녀 선수가 동수가 됐다. 다시 128년이 흘러도 인터섹스의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까.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이유로 배격한다면 ‘다양한 차이를 극복한다’는 올림픽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올림픽이 사람의 차이를 존중하는 제도로 누구도 배격하지 않는 공정하고 평등한 운동장을 열어주길 바란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