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수당’이 뭐길래…국가 상대로 소송 나선 일본 재판관

2024.08.12

일본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지역수당 때문에 적잖은 급여 차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위배”…제도 재검토 상황에서 귀추 주목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 인근 도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 인근 도로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장면 하나. 지난 7월 22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국가공무원 일부가 민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도부현(都府県) 47곳 중 8곳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관으로 치면 207곳이었다. 고졸 일반직 초임 급여를 시급으로 환산한 결과였다.

장면 둘. 같은 달 2일 현직 판사가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국가를 제소했다. 똑같은 재판관인데, 임지가 어디냐에 따라 월급이 달라진다는 이유였다. 주인공은 미에현 쓰(津)시 지방재판소 소속 다케우치 히로시 민사부 판사. 1987년 변호사 등록 후 2003년부터 판사로 재직한 베테랑 법조인이다. 마이니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케우치 판사의 급여는 쓰 지역으로 이동 후 크게 줄었다고 한다. 현직 재판관의 국가 상대 소 제기는 이례적이다.

고졸 초임 공무원과 22년차 판사. 좀처럼 같은 점을 찾기 힘든 두 사례 사이엔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자리해 있다. 일본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지역수당’이 그것이다.

같은 일 해도 20%까지 급여 차이

공무원 지역수당은 2006년 도입됐다. 민간기업의 임금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공무원에게 수당을 추가 지급해 생활 수준을 맞춰준다는 취지다. 반면 민간 임금 수준이 낮은 지역은 수당이 적다. 대기업 본사가 위치한 도심지, 산업단지가 자리한 지방 대도시, 농어촌 지역 등의 평균 벌이 차이와 겹친다. 현재 기준으로 지역수당은 시정촌(市町村)에 따라 기본급 기준 0%부터 20%까지 다르게 지급된다. 시정촌은 한국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지역 단위다.

취지상 공무원에게 유리한 제도 같지만, 도입 배경은 의외다. 이 제도를 도입한 2006년에는 공무원 봉급이 민간보다 많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자 정부는 공무원 전체 봉급 수준을 낮추는 대신, 지역에 따른 물가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이니치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역수당 규모는 10년 주기로 재검토된다. 현재 지역수당 지급률은 2014년 정해졌다. 전국을 7개 급지로 나눠 지급률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옛 도쿄시에 해당하는 도쿄 23구가 기본급의 20%로 가장 높고, 오사카시 등 21개 지방자치단체가 16%로 2순위다. 나고야시 등은 15%이며, 다케우치 판사가 현재 일하는 쓰시는 6%로 뒤에서 두 번째다. 7급지는 3% 지급률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른 급여 차이는 ‘월급쟁이’ 직장인 처지에서 결코 작지 않다. 월급이 30만엔이라고 가정해 보자. 도쿄 23구에 근무 중이라면 실질 월급이 36만엔으로 오른다. 지역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일부 시정촌 근무자는 30만엔으로 매달 6만엔(약 54만원) 차가 난다. 연봉으로는 72만엔(약 648만원) 차다. 급여가 높은 고연차 공무원일수록 이 차는 더 커진다.

격차 완화책이 있기는 하다. 지역수당 지급률이 기존보다 낮거나 없는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 이동 1년차에는 전임지 비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2년차엔 전임지 최저수당의 80%로 이 비율이 줄고, 3년차부터는 이동한 곳의 지역수당 지급률을 적용받게 돼 한계가 있다.

다케우치 판사는 제소 당일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근무할 때와 비교해 최근 3년간 봉급이 약 240만엔(약 2163만원)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지역수당) 재검토의 해이기도 하다. 이대로 피해를 받는 불합리를 침묵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지역수당 탓 전근···공립병원도 인력 유출

지역수당은 공무원 인원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봉 차이가 꽤 나는 만큼 수당을 더 많이 지급하는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려는 공무원이 생겨서다. 특히 생활권이 같은 인접 지역과 수당 격차가 큰 경우, 근무지 이동에 따른 환경 변화 등 부담이 적어 옮길 유인이 더 크다. 신입 직원의 경우 지역수당이 낮은 지역 입사를 고민한다.

아사히는 4년 전 고향 동사무소에 취직했다가 올 4월 근무 지역을 옮긴 남성의 사례를 전했다. 기존 근무지는 7급지로 지역수당이 3%, 새로 일하기 시작한 시청은 4급지로 12%다. 동기 중 다른 지자체에서 온 전직자가 3명 더 있다. 남성은 “좋아하는 마을이지만, 근무지에 따라 평생 연수입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1년차부터 전직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이타마현 중부 모로야마초는 3% 지급률을 적용받는 곳이다. 동쪽 옆 사카도시(10%), 북쪽 하토야마초(6%)보다 지역수당이 적다. 이 지역 수장인 이노우에 켄지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취업 3~4년 만에 (인접한) 다른 지자체로 전직하는 직원이 있다. 물가도, 공무원 업무에도 그다지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지급률이 다른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역수당’이 뭐길래…국가 상대로 소송 나선 일본 재판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히가시쿠루메시, 니시도쿄시, 기요세시 사례를 들었다. 이들 지역은 똑같이 도쿄도에 속해 있는데도 각각 6%, 15%, 16%로 지역수당 지급률이 다르다. 닛케이는 “지급률이 낮으면 직원 채용에 불리하다. 개호(돌봄노동), 보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인재 획득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도쿄신문은 “공립병원의 의료 종사자도 지역수당 지급률이 높은 지역으로 옮겨가서, (지급률이) 낮은 곳에서는 인력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케우치 판사가 현행 지역수당 제도에 맞서 소송에 나선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반하는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판관 보수는 재임 중 감액되지 않는다는 일본 헌법 제80조 제2항 규정에 반해 위헌이라는 것이다.

후자는 판사에게만 해당하는 논리지만, 전자는 공무원 사회 전체에 적용된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지역수당이 도시와 지방 간 격차를 넓히고 있다”고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과 여론 판단에 따라 제도 변화의 폭이 커질 수 있는 주장이다.

지지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한국 인사혁신처에 해당하는 인사원은 최근 시정촌 단위로 지급률을 정하는 현 제도 설계를 재검토해 도부현 단위로 광역화하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률도 4~20% 5단계로 바꾸고, 지역수당이 기존보다 낮은 지역으로 이동한 경우 3년째에도 기존의 60%를 지급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작은 변화는 아니나, 다케우치 판사가 소송에 내포한 변화 폭은 더 크다. 일본 언론이 그의 소송을 주목하는 이유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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