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노후 걱정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내 자신의 앞날을 위해 뭔가 대책을 세울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내 자신보단 아이들이 먼저였으니까.”
국민연금공단이 기초연금 도입 10년을 맞아 지난 3~5월 진행한 ‘국민 참여 공모전’에서 생활수기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한 A씨의 글 일부이다. 기초연금이 노인세대 삶에 무슨 의미일까. 공단으로부터 공모전 당선작 원고를 받아 읽어봤다. 남편 사후 홀로 남매를 기르면서 노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A씨는 “매달 어김없이 정확한 날짜에 통장에 찍히는 기초연금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우수상 수상자인 B씨는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쓸 곳이 줄어드는 게 아니어서 늘 빠듯한 생활, 이런 상황에서 기초연금은 생계에 큰 도움을 준다”며 “이따금 자녀들이 나한테 주는 용돈보다 더 많은 웃돈을 얹어서 손주들 손에 쥐여주는 재미도 작지 않은 행복”이라고 썼다.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C씨는 이렇게 썼다. “기초연금이라는 작은 씨앗은 나에게 건강 관리, 경제적 안정, 다양한 취미생활,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적 교류활동을 가져다주었다. (중략) 나의 노후생활을 다채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꽃이 돼주었다.”
기초연금이 지난 10년 이룬 성과는 이런 것일 것이다. 지난 7월 16일 대한은퇴자협회에서 만난 세 분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현재 노인세대에게 기초연금은 생활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은 듯했다. 기초연금액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민연금은 가입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있고 연금액 수준도 낮아 현세대 노후소득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그 공간을 메우지만, 노인인구가 늘며 재정 소요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기초연금을 현행 유지해서는 다음 세대가 짊어질 짐이 커진다.
‘지금 연금개혁을 해야 할 때’라고 지난 몇 년간 비슷한 기사를 반복해 썼다. 개혁안은 안 나오고 시간만 흐르니 ‘이러다 어떻게 될까’ 막연한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러다 또 기초연금 의미를 되새기는 기사를 쓰고 보니 ‘공적연금만 한 게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공적연금 구조를 잘 설계하는 일, 부모 세대뿐만 아니라 나와 내 자녀까지 영향을 받는 일이다. 정부와 국회가 연금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