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상주 말 사건, 그리고 김건희 여사

2024.07.29

정용인 기자

정용인 기자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꼈던 것은 이른바 ‘상주 말’ 사건이 국회 상임위에서 거론됐을 때였습니다.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가 열렸는데, 당시 청담고 2학년이었던 정유라(개명 전 이름 정유연)가 이듬해 아시안게임 출전권이 걸린 1등이 아닌 2등으로 입상했고 이와 관련해 심판들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풍문이었습니다. 상임위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이 언급되자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이 총궐기해 의혹을 제기한 당시 민주당 의원을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둥 ‘오버 액션’을 해 더 주목받았습니다. 그게 2014년 4월이었습니다. 사건이 나고 1년 뒤의 일이지요. 최순실 국정농단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된 것은 2016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4년 차입니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뭔가 데자뷔를 느끼지 않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의 정치평론가들만이 아닙니다. 사적인 지인들에게도 많이 듣는 말입니다.

상황은 탄핵 전야였던 2016년과 비슷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아직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탄핵과 임기 단축·조기 대선의 실현 가능성’을 취재하면서 가장 주의 깊게 들어보려고 했던 건 국민이 느끼는 ‘탄핵 학습 효과’가 어떤 양상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임시정부 때 이승만을 제외한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에 없던 탄핵을 이미 한차례 경험한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어서입니다. 일종의 면역 효과라고 할까요.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것으로 대응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 정권에서는 충분히 있을 만한 일’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말입니다.

이번 주 다른 취재를 하면서 정치권 출신 한 평론가에게서 들은 말이 인상 깊어 덧붙여둡니다.

“사실 널리 쟁점이 되지 않아서이지 역대 정부 모두 ‘영부인 이슈’는 없지 않았다. 친인척 비리부터 사생활을 둘러싼 소문까지. 확인될 수 없는 이야기도 많고 하니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야당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밀어붙이는 건 과장하는 것일까. 아니다. 내가 알지 못한 별 희한한 정보를 국회의원들이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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