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물원의 행복한 수의사
변재원 지음·김영사·1만7800원
국내 첫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돼 동물 종 보전 등의 역할을 하는 청주동물원에서 일하는 수의사의 에세이다. ‘동물 입장에서 동물원은 필요 없다’, ‘야생동물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좋은 동물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등은 저자를 비롯한 청주동물원 수의사들과 동물보호단체, 환경부가 모두 인정한 대원칙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동물원을 전부 없애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당장 동물원을 없애면 이미 인간에게 길든 5만여 마리의 동물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러니 지금 최선의 답은 ‘동물을 위한 제대로 된 동물원’을 만드는 일이다. 저자는 병든 동물을 치료하는 병원이 되고, 인간에게 터전을 빼앗긴 야생동물의 보호소를 넘어 동물을 위한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그의 꿈은 외래 동물을 사들여 가두고 관람과 전시를 중심으로 하는 동물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동물원이라는 세계의 소멸을 바라면서도 그 세계의 약한 존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 책에는 그런 삶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
베냐민 발린트 지음·김정아 옮김·문학과지성사·2만4000원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작가로 이름 자체가 형용사가 된 불멸의 작가 카프카. 죽기 전 자신이 쓴 글을 불태워달라고 했지만, 친구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문학 매니저를 자처한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뜻과 달리 미완성 원고를 출간했다. 브라트가 약속을 어긴 덕에 카프카는 사후 명성을 획득했고, 독자는 그의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카프카와 브로트의 삶과 우정,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카프카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을 선사한다. 또 두 작가의 문필 유산을 손에 넣은 에바 호페가 유산을 빼앗으려는 국가와 소송전에 휘말리면서 겪는 곡절도 들려준다. 신앙과 역사, 개인과 국가 권력 등에 관한 고찰을 통해 “카프카는 누구의 것인지” 고심해보도록 유도한다.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박주용 지음·동아시아·1만9800원
AI 등장에 따른 충격적인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AI를 모르면 혼자만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에 유료버전 결제를 고민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KAIST 포스트 AI 연구소 소장을 지낸 저자는 AI 시대에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창의성이라고 역설하며, 미래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길잡이를 제시한다.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이설기 지음·오월의 봄·1만7000원
‘발달을 자극하라’,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다 엄마 탓이다’ 등. 엄마가 되는 순간 들려오는 다양한 명령이다. 이 책은 임신 29주 만에 이른둥이를 낳은 저자가 엄마를 향한 명령들에 관해 묻고 협상해온 과정을 담았다. 엄마가 된 이후 겪는 심리적 고통이 죄책감에 취약한 개인의 문제인지 질문한다.
벌새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엘렌 베클랭 그림·문현임 옮김·북극곰·1만8000원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상실의 아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10대 소년이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생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는 과정을 벌새에 빗대어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한 소년 셀레스틴이 앞집 소녀 로뜨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