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에너지전환 위한 로드맵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2024.03.18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 강윤중 기자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 강윤중 기자

전 세계 태양광발전 증가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신규 설치 규모가 510GW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는 2.5GW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난 2월 5일 태양광산업 동향보고서를 보면, 국내 태양광발전은 2020년 4.6GW로 정점을 찍은 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연간 2.0∼2.5GW 내에서 수요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자는 RE100에 대한 세계의 요구가 강하다. 이 요구가 유럽연합(EU)에서 탄소국경세로 구체화하면서 우리 수출기업에 피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23년 1월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문재인 정부가 세운 30.2%에서 21.6%로 8.6%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들이 전기생산 시 의무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도 25%에서 15%로 줄였다. 지금 이렇게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 삶의 중요한 부분이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에 달려 있다.

민간의 불안·불확실성 줄여줘야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에 상응하는 비용을 유발자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에 대해 대응하는 핵심 내용이다. 개별기업들과 개인들은 여기에 맞춰 생산·판매·소비를 계획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은 바람직한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가격수준이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이산화탄소 가격이 가장 높은 EU조차 교통수단과 건물난방 관련 이산화탄소 가격이 현재 계획보다 4~6배 정도가 돼야 이산화탄소 배출이 실제로 일으키는 부정적 효과에 상응하는 비용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담은 시민들이나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지체할수록 지구생태계는 회복이 불가능하게 악화하고 미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이산화탄소에 대한 부담금 없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해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을 이루면서 동시에 국내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부담금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차량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면 나름의 합리적인 정책이다. 난방이나 차량 운행을 위한 대안적 에너지가 존재해야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할 수 있고, 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맞춰 기업은 전기차나 전기에너지 충전시설, 히트펌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난방시스템, 그리고 재생에너지와 그 생산시설 자체의 공급을 계획할 것이다. 에너지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도 재생에너지 산업 보조금 지급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중화학)에 대한 재정지원 및 에너지전환 의무화, 이산화탄소 부담금 부과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와 위험은 우리 삶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이에 대한 소홀한 대응은 기업경쟁력을 잃게 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비용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무역에서의 탄소국경세 부담이 문제가 된다.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산업의 건설과 부품 등 에너지 관련 산업 분야의 신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산업 정책적 어려움도 발생한다.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은 재정 및 조세정책의 큰 과제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조달과 비용을 안정화할 투자가 필요하므로 큰 재원이 소요된다. 혜택은 장기에 발생하나 투자는 단기간에 큰 규모를 투입해야 한다. 또 재정을 통해 민간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과 개인들의 행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얼마나 부담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소득계층별 양극화가 심각한 현실에서 정부에게 어려운 과제로 닥칠 것이다.

기아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18일 중국 상하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23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신차를 공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18일 중국 상하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23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신차를 공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전환을 위한 명확한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내 모든 경제주체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기업과 가계가 이 국가전략과 국가가 제시하는 일정에 따라 스스로가 필요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국가전략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야 할까.

로드맵이 명확하게 서야 한다. 목표로 하는 에너지 믹스(발전원별 구성비)가 어느 정도이며, 언제까지 그렇게 전환할 것이며, 목표에 이를 때까지 국가 전체에서 에너지원별로 얼마의 비율로 에너지를 제공할 것인지, 정부와 공기업 분야의 역할은 어디까지이며 민간의 에너지기업과 보통의 기업들, 그리고 개인들은 어떻게 협조하고 부담을 나눠야 하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생에너지와 (과도기 기간) 전통적 에너지의 에너지원별 담당 비율, 발전소 가동 및 건설 계획, 송배전 시설, 필요한 발전 연료의 수입 및 조달 계획이다. 이것이 명확해야 비로소 민간 분야의 기업과 개인들은 스스로의 경제활동에 대한 계획 수립과 준비가 가능한 것이다. 지자체가 이 계획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더 이상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

전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고려할 사항이 매우 많다. 더욱이 에너지전환을 위한 장기적 국가전략은 방향성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일정이 잡혀야 한다. 구체적 일정이 들어 있지 않고 방향성만 담긴 국가전략만으로는 민간이 계획과 전략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의 행태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국가의 인센티브와 재정지원은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아야 한다. 부족하면 민간이 따라오지 않고 행태변화도 없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자금이 더 소요되고 전체 경제적 비용도 증가한다. 반대로 지나치면 재정을 낭비하게 되고, 민간의 공급이 과잉상태가 돼 전체 경제의 비효율을 부추긴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생산에 에너지 가격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은 시장 기제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경로의존성의 양상 또한 뚜렷하다. 기존의 전통적인 자동차엔진이 더 지속할 것으로 보고,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지 않았던 독일과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의 시장점유율 후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건설시장과 내수가 비틀거린다지만 이와 상관없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업계의 경쟁력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더 이상 우물쭈물해서는 정말 안 된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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