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
김경옥 외 지음·한울아카데미·4만6000원
‘혐오’는 분명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다. 젠더혐오, 노인혐오, 아동혐오, 지역혐오. 지난 대선은 정치판에도 ‘혐오’가 매표수단으로 자리 잡은 해였다. ‘갈라치기’란 말은 상대방에 대한 혐오라는 말과 다름없다. 사실 가장 멀리해야 할 이 말이 성행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제도와 관습 속에 숨어 작동하는 인종과 젠더 위계에 기반한 혐오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오늘날 혐오는 노골적이고 단순한 ‘증오’로만 표출되지 않는다. 걱정으로 포장되거나 관습에 숨어 작동한다. 사회의 승인과 방조가 뒷받침돼 교묘히 증식한다. 연구진들은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나지도, 잘 포착되지도 않는 데 주목한다. 혐오를 드러내고도 “그럴 의도가 없었다”, “단순한 실수였다”는 변명으로 가려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별과 혐오는 없다”라는 ‘정상성 신화’가 강화된다. 혐오 현상의 복잡함을 묵인하고, 차별의 구조를 외면할수록 지속적인 혐오가 재생산된다고 분석한다.
책은 총 3부, 12장으로 구성됐다. 1부 ‘비틀어 본 경계 짓기’에서는 오늘날의 인종차별, 젠더혐오의 양상을 문학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인종과 젠더 문제로만 혐오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틀자는 시도다. 2부 ‘경계를 흔드는 실천’에서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인종과 젠더혐오의 기존 관점을 비판한다. 예컨대 국내 여성 인권신장 문제는 1960~1970년대 페미니즘을 그 기반으로 보고, 일명 ‘꼴페미’ 등의 여성혐오로 종종 악용된다. 책에서는 1920년대 발생한 인천 선미 여공(정미업 종사 여성 노동자)의 파업을 근거로 여성 간 연대와 인권의식의 근원이 훨씬 오래됐음을 증명한다. 3부에서는 혐오를 넘어서는 대항 담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혐오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를 극복할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준 작품들을 분석한다.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고관수 지음·계단·2만원
생물학, 그중에서도 세균학은 다양한 곳에 응용된다. 당연히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세균을 연구한 여러 과학자의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했다. 책은 세균학의 모든 것을 만들어온 결정적인 연구를 소개한다. 세균학은 생명체의 비밀을 밝히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우리 문학을 이끈 11명의 작가들
조운찬 지음·빈빈책방·1만4000원
고전 문학을 꽃피운 작가 11명을 통해 고전 문학사를 살펴본다. 우리 문학이 언제 형성됐는지, 처음으로 문학의 문을 연 사람은 누구인지부터 출발한다. 친숙한 작품이 어떤 배경과 생애 속에 탄생했는지 등 작품 이해를 돕는다.
우리말꽃
최종규 지음·곳간·1만9000원
서른세 해에 걸쳐 ‘우리말사전’을 돌봐온 저자가 그간 우리말사전을 쓰고 엮으면서 느낀 소회를 예쁜 우리말 소개와 엮어 55가지 이야기에 담았다. 우리말이 생각을 잇고, 삶을 잇고, 사람과 사랑을 잇는 징검다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