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 데이즈>는 제목 그대로 재미의 상당 부분을 반려견들의 지분에 빚지고 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귀여운 반려견들의 이미지 몽타주로 나열되는 영화의 시작부터 무장 해제될 수밖에 없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사람의 성향을 분류하는 여러 기준이 있다. 오래전부터 혈액형, 별자리 등이 그랬고 최근에는 MBTI가 크게 각광받고 있다. 비슷한 경우로 어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지도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특히 대표적인 양대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와 관련해서는 개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독 퍼슨(Dog Person), 독 피플(Dog People) 그리고 고양이를 선호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캣 퍼슨(Cat Person), 캣 피플(Cat People)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만큼 개나 고양이가 소재(또는 주인공)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다. 광고업계에 유명한 전략으로 언급되는 3B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이 등장하는 광고는 사람들이 일단은 지나치지 않고 쳐다보게 된다는 이론 말이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그리 호락호락한 작업이 아니다. 영화 현장에서는 아이들과 동물이 등장하는 작품은 피하라는 경고가 불문율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도그데이즈>는 제목 그대로 재미의 상당 부분을 반려견들의 지분에 빚지고 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귀여운 반려견들의 이미지 몽타주로 나열되는 영화의 시작부터 무장 해제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세대와 반려견이 함께하는 이야기
매사에 계획한 일을 빈틈없이 진행하는 꼼꼼한 성격의 민상(유해진 분)은 어렵게 마련한 단독주택을 인생의 큰 보람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아래층에 입주한 동물병원으로 인해 신경 쓰이는 일들이 빈번해지자 원장인 세입자 진영(김서형 분)과 수시로 티격태격한다.
성공한 건축가지만 검소하고 외롭게 노년을 살고 있는 민서(윤여정 분)는 자식처럼 함께하던 반려견 완다를 잃어버리고 노심초사한다. 결국 여러 인연으로 마주친 배달원 진우(탕준상 분)를 반협박해 동행하고 완다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오랫동안 임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한 정아(김윤진 분), 선용(정성화 분) 부부는 결국 입양을 선택한다. 보육원에서 만난 지유(윤채나 분)를 식구로 맞이하는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초보 부모는 애가 탄다.
헤어진 여자친구 수정(김고은 분)의 대형 반려견 스팅을 책임지게 되면서 현(이현우 분)의 집안은 난장판이 된다. 그러잖아도 보컬을 구하지 못한 밴드가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는 터라 심란한 상황인데, 설상가상으로 수정의 전 남자친구인 다니엘(다니엘 헤니 분)까지 등장하면서 현의 일상은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가 된다.
살짝 지각해 찾아온 ‘홀리데이 무비’
일단 윤여정·유해진을 필두로 한 출연진의 뛰어난 연기와 협연을 보는 재미가 큰 작품이다. 이야기의 아쉬운 부분까지 덮일 정도로 배우들의 존재감은 크다. 특히 아역배우 윤채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어른스러운 아역배우들의 연기와는 결이 다르게 자연스러워 더욱 빛난다.
출연진의 대부분이 당연히(?) JK 영화사 작품들에 출연했던 배우들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과거 어떤 작품들에 출연했던 인연인지 기억해내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겠다.
사실 이 영화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2003)로 대표되고 이후 무수한 아류작이 생산된 ‘홀리데이 무비’의 전형적 형태를 따르고 있다. 많은 인물이 등장해 각각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의 인연이 밝혀지거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특별한 악인이 없고, 결국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모두 행복해진다는 선한 결말도 홀리데이 무비의 특징이다. 이야기 모음을 지칭하는 옴니버스 또는 앤솔로지 형태로 볼 수도 있지만, 엄밀히는 다르게 구별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 구체적인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 말미를 장식하는 자선행사의 분위기는 소복한 눈이나 화려하게 점멸하는 오색전구 등으로 인해 연말의 분위기가 다분하다. 크리스마스쯤 개봉했으면 시의적절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다.
제목: 도그데이즈(Dog Days)
제작연도: 2024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20분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김덕민
출연: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윤채나
개봉: 2024년 2월 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관객들 마음을 사로잡은 견(犬)스타들
개가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아예 이들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선 영화들도 많다. 그만큼 역사가 길다.
이 방면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선배로, 린틴틴(Rin Tin Tin·사진)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길거리를 헤매던 셰퍼드 종 린틴틴은 미 공군 파일럿이자 군견 조련사였던 리 던칸의 눈에 들어 군 업무에 투입됐다. 이후 미국으로 와 영화배우로 대성한다. 사실상 오늘날 견(犬)스타의 길을 닦은 선구견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중년 관객들에게 친숙한 대표적 작품은 <래시>(Lassie·1943)와 <벤지>(Benji·1974)일 것이다. 영화는 물론 본격적인 TV 시대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속편과 시리즈를 양산해내며 지속적인 인기를 누렸다.
젊은 세대라면 <베토벤>(Beethoven·1991)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다. 당시 영화에 감명받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덩치 큰 세인트버나드 종을 사달라고 조르고, 막상 양육하기가 쉽지 않아 골머리를 썩인다는 이슈를 본 기억이 있다.
농구하는 개 <에어 버드>(Air Bud·1997) 시리즈도 나름 인기를 구가한 작품 중 하나다. 당연히 이후 시리즈가 줄줄이 나왔다. 재미있는 건 이후 속편들은 야구, 축구, 미식축구, 농구 등 스포츠 종목을 바꿔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나중에는 아예 우주도 가고 산타클로스의 애완견이 되기도 한다. 거의 10여 편의 속편이 나왔다.
최근 국내에도 개봉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에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도 화제다. 외국의 감상평 중에는 개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연기파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빗대 ‘다니엘 도그 루이스’라고 부르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