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2024.01.15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새해가 밝았다. 2024년 전 세계는 이곳저곳에서 치르는 선거로 시끌시끌할 것 같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생각하면 심장이 쫄깃하다. 트럼프냐, 바이든이냐. 77세냐, 80세냐. 술자리마다 이어지는 논평은 ‘인물론’에 대한 탄식으로 끝난다. 3억 인구의 미국에 이렇게도 인물이 없나.

공화당에서 60%가 넘는 지지를 받는 트럼프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47개의 주제에 대한 공약(어젠다 47)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 당선 이후의 세상을 상상해보면 암담해진다. 그동안 더디게 쌓아올린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순식간에 후퇴하고 빠르게 닫히고 있는 기회의 창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며, 세계 어느 나라보다 풍부한 미국의 에너지 자원 개발을 차단한 급진 좌파의 그린뉴딜 정책에 반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 셰일, 천연가스의 시추 및 개발을 가속화한다. 핵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기존 핵 시설을 재가동하고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술을 육성한다.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규제는 자동차 산업에 불리하므로 취소한다. 전기차 전환 정책은 미국 내 자동차 기업 및 노동자의 권익을 훼손하고 중국 전기차 산업만 이익을 보는 조처이기 때문에 폐지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를 확대한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표방한 과거의 공약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미 틀린 답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우리의 4월 총선은 어떨까? 정적의 단죄나 구태의연한 정책이 아닌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촘촘한 설계를 보고 싶다.

한편, 연기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무 규정을 즉각 중지하고, 영구금지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ESG는 은퇴연금을 갉아먹는 급진좌파의 사기극이기 때문이란다. 트럼프는 난민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조장하며 포퓰리즘을 키운다. 이민자에 대해 강력한 사상 검증을 하고, 무슬림과 공산주의자 등은 입국을 금지한다. 불법체류자 자녀의 시민권은 즉시 박탈한다. 앞으로 기후로 인한 이주자가 늘어나면, 트럼프는 이를 발판으로 차별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우리는 공약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공약이 허황된 것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날카롭게 직시할 때 믿음을 갖게 된다. 이분법적 사고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극단적인 공약을 읽고 있다 보면, 미래가 암흑 같다. 앞으로 갈 길이 지뢰밭인데, 한 발 한 발 일부러 지뢰를 즈려밟거나 약한 자를 선두에 내세우는 잔인함이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표방한 과거의 공약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미 틀린 답을 지금도 고수한다면,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떨까? 4월 총선을 앞둔 후보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고민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까? 정적의 단죄나 구태의연한 정책이 아닌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촘촘한 설계와 더 좋은 세상의 비전을 보고 싶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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