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도네시아 부나켄-클리닉 피시의 서비스

박수현 수중사진가
2023.12.04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0)인도네시아 부나켄-클리닉 피시의 서비스

얄미운 기생충, 이빨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 죽은 피부 조직과 부스럼 등 바다동물을 귀찮게 하는 것은 의외로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려운 곳을 바닥에 비벼대는 종도 있고,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른 후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성가신 것을 떨어내는 종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시도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바다동물에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바다동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바다동물에 의존한다. 이와 같은 임무를 맡은 바다동물을 통칭해 ‘클리닉 피시(Clinic Fish)’라고 한다. 클리닉 피시에는 청소놀래기, 청소고비, 어린 나비고기 등 다양한 종이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새우 종류가 클리닉 피시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학자들은 바다동물이 클리닉 피시의 접근을 허용하는 이유를 자신의 몸에 발생하는 문제 해결도 있지만, 이들이 입으로 쪼아 댈 때의 신체접촉이 마사지 효과가 되어 신경 자극의 쾌감을 얻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클리닉 피시는 자신의 특별한 임무를 알리기 위해 다른 바다동물과 구별되는 화려한 색깔과 뚜렷한 줄무늬로 몸을 치장한다. 바다동물은 이 겉모습을 보고 먹잇감과 구별한다. 농어 같은 대형 어류나, 바다동물들이 가까이 가기 꺼리는 사납고 거친 곰치에게도 클리닉 피시는 거리낌 없이 접근한다. 만약 이들이 클리닉 피시를 공격하면 이후로는 어떤 서비스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바위틈에 몸을 숨긴 사나운 곰치가 청소새우로부터 클리닉 서비스를 받고 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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