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누가 과학자 꿈을 꿀까요

2023.11.27

주영재 기자

주영재 기자

정부가 내년 국가 R&D 예산을 올해 대비 5조1000억원(-16.6%) 삭감했습니다. IMF 때도 없었던 초유의 일입니다. 미래보다 당장 정부 살림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생각에서 급하게 짜다 보니 연구 분야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칼을 댔습니다. 기초과학,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는 물론 정부가 미래산업이라고 한 반도체, AI, 우주 분야까지 원자력 외엔 삭감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법인세·종부세 등 감세로 구멍이 뚫린 나라 곳간을 메우기 위해서라고 솔직히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카르텔이나 나눠먹기라는 말을 들먹이며 과학계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콕 집어서 관리·감독하면 될 일을 근거도 없이 매도하면서 예산 삭감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과학계 인사 대부분은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동료·후배 연구자를 걱정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포항공대에서 만난 한 박사과정생은 “연구비가 줄면 실험도 열악한 환경에서 할 확률이 높다. 우리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지방 국립대는 정말 열악하다. 연구비를 못 받아 개인적으로 돈을 벌면서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사례도 많다. 이런 학교에 지원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원로 과학자는 “연구비가 깎이면 인건비와 재료비, 장비구입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재료비를 줄이면 연구가 안 되고 그렇다고 학생을 내보낼 수 없으니 결국 박사후연구원과 재계약을 안 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가장 피해를 볼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가 많습니다. 우주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원초적인 호기심을 풀어주는 게 과학이기 때문입니다. 탐구하는 마음이 커지고, 앞선 학자들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과학자로 성장합니다. 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연구합니다. 그렇게 찾은 답이 의외로 우리 일상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 그러면서도 인류의 삶에 큰 도움을 준 연구가 노벨상을 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의 성과만 바라고, 기존에 잘하던 분야에만 더 몰아주려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일 아닐까요. 과학자의 미래가 불안할수록 의대 쏠림 현상만 심해질 것입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