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제교육, 어떻게 할까

김규항 ‘고래가그랬어’ 발행인
2023.11.20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경제교육 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일간신문 경제면을 펼쳐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경제교육 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일간신문 경제면을 펼쳐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제교육’이라고 하면 우선 아이가 일상에서 용돈을 계획성 있게 관리하고 조금씩 저축도 하는 습성을 기르는 일을 생각할 수 있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제 살림을 꾸리는 연습과 함께 경제교육의 또 다른 중요한 내용은 경제공동체의 성원이자 주인으로서 안목과 힘을 기르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늘 우리가 교육에서 갖는 특별한 면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비슷한데 어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나는 비록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고, 아이도 커서 살아가다 보면 세파에 쪼그라들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더 제대로 가르치는 걸 ‘어른의 도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타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제 아이에게 양보와 협동의 미덕을 말하는 일은 결코 놀라운 사건은 아니다.

근래 한국의 어른들, 즉 우리는 거의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현실이 이러니 내 새끼도 일찌감치 이렇게 가르쳐야 한다, 괜스레 올바른 관념이라도 갖게 되면 손해만 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어른의 도리는 ‘코치의 기술’로 대체되고, 경제교육은 그중 도드라진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전문가가 경제전문가라 행세하는 풍경 속에서 아이에게 주식을 사주는 경제교육이 유행한다.

이걸 ‘재무금융교육’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경제교육의 내용을 지나치게 편협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실상 ‘투기 교육’에 가깝다. 주식 투자가 왜 투기인가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다를까. 흔히 “부동산 투기는 나쁘지만, 주식 투자는 건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투자와 투기는 (자본을 투하하는) 대상이 부동산인가 주식인가와 무관하다.

투기는 투자한 자본 원금의 변동을 통해 이득을 얻는 일이다. 부동산도 임대료 수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투자지만, 그 부동산의 가격 변화를 통한 차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투기다. 배당 이윤을 목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면 투자지만, 주식의 가격 변화를 통한 차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투기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와 투기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임대료 수익이나 배당 이윤을 목적으로 했더라도, 시장에서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 변화를 통해 이익을 얻었다면 의도와 상관없이 투기 수익이 된다. 투자와 투기는 뒤섞여 있다. 다만 분명한 건 투기 경향이 많아질수록 경제에 거품이 커지고 다수 인민의 삶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투기에 대한 대중적 반감은 자연스럽다.

최근엔 그런 반감도 사라지는 듯하다. 가령 이름난 연예인이 빌딩을 사고팔며 막대한 이익을 얻을 때, 주거와 임대료 문제로 늘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공정성에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부러워한다. 대부분의 성원이 투기를 투자라고 여긴다면 사회는 거대한 도박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교육이 투기 교육이 되고 있다지만, 모든 아이에게 해당하진 않는다. 상위 10% 부모는 너끈히 실행할 수 있다. 나머지 부모는 실행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경제교육의 다른 관점이나 내용을 갖는 건 아니다. 경제교육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모든 아이는 자기가 속한 경제공동체를 파악하는 안목을, 그리고 동료 시민과 함께 좀더 나은 경제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힘을 기를 권리가 있다.

<김규항 ‘고래가그랬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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