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이 찢어질라

2023.11.13

가을야구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김원형 SSG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성적 부진으로 집약됩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해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딱 이맘때였죠.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거머쥐면서 ‘3년 총액 22억원’이라는 구단주(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재계약 선물을 받아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집니다.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 못하면 단칼에 날아가 버리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 구단주의 힘이 이렇게 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편집실에서]가랑이 찢어질라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경기 김포를 서울로 편입시키겠다는 구상.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라 일컬어지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 이후 내놓은 정부·여당의 ‘회심의 일격’입니다. 여러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만 핵심은 ‘욕망에 불 지피기’입니다. 너도나도 꿈을 좇아 서울로 몰려드는 현실에서 내가 이사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경기도민이 서울시민이 된다면 해당지역 주민들로선 그야말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할 만한 일대 사건이지요. 이런 심리에 기대 표를 좀 가져와 봐야겠다, 이런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카드에 이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글쎄요, 너무 뜬금없는 발상이어서 그런지 현실화 가능성엔 의문 부호가 따라붙습니다. 당장 너도나도 서울 편입을 요구할 때 김포는 되고 다른 곳은 안 된다, 그 기준은 어떻게 세울 겁니까. 현실화 여부와 별개로 타당하기는 한 걸까요. 지역소멸을 막고 지역분권을 이루겠다며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킨 게 엊그제입니다.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무너져가는 지역의료 현실을 개선해보겠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한 정부 발표는 아직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습니다. 틈만 나면 지역균형발전을 부르짖는 현 정권 아래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서울 팽창 정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답니까. 진정성을 가지고 일관되게 밀어붙여도 될까 말까인 중차대한 과업에 집권당의 대표가 나서 이렇게 어깃장을 놔도 되는 겁니까. 종속관계 지적이 나올 정도로 감 놔라 배 놔라 쥐고 흔들던 대통령실은 정작 이번 건에 대해선 가타부타 말이 없고, 당은 ‘김포 서울 편입 특위’를 발족시키는 등 부화뇌동 춤을 춥니다.

투수는 폭투를 던지고, 포수는 공을 놓치고, 야수는 실책을 남발하는 꼴입니다. 감독이 투수를 교체하라는 팬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엉뚱한 작전 지시를 내리고 선수들만 들볶는다면요. 프로야구의 세계에선 구단주가 나서지요. 그 책임 또한 구단주가 지는 것이고요. 현실정치에서 구단주는 누구일까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유권자들이지요.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과 미래가 달라집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책임은 물론, 유권자들의 몫이겠지요.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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