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할 건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꺼져가던 ‘개 식용 종식’ 운동의 불씨를 살린 건 김건희 여사다. 한편으론 아이러니다. 남편이기도 한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개 식용 종식 추진’을 걸고도 취임 이후엔 이를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부부 사이에 뭔가 복잡한 내막이 있든,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 있든 적어도 “개 식용을 끝내자”는 김 여사의 말은 진심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을 ‘김건희법’이라고 부르자는 여당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만약 특별법이 정말 국회를 통과해 입법에 기여한 누군가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본인들이 원할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주인공은 수많은 ‘동물보호단체’가 돼야 마땅하다.
이들은 학대받는 식용견을 구출하려 시골 오지며 험지며 마다치 않고 뛰었다. 뙤약볕이며 찬바람이며 안 가리고 거리에 나가 목이 터지게 “식용 종식”을 외쳤다. 자비를 털어가며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도 많다. 일부 식용견 사육 농가는 동물보호단체의 ‘동’ 자만 들어도 치를 떤다. 식당에선 “너무 난리를 쳐서 개고기 공급이 잘 안 된다”고 투정한다.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건희법’을 경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렇게 정치적 수사만 주고받다 이 문제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김 여사가 개 식용을 밀고 나선 뒤 마음에도 없는 특별법 발의에 동참한 여당 의원이 꽤 많다는 소문이 들린다. 총선이 코앞이고, 김 여사의 ‘눈도장’만큼 확실한 공천 수표도 없다는 이유라고 한다. 막상 특별법이 해를 넘겨 내년 총선 국면으로 넘어가면 흐지부지되리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판에서 메뚜기 한철로 끝날 만큼 가볍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아직 열려 있다. 협의가 잘 안 된다는 이유로 국회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강제로 못 먹게 하는 것보단 스스로 안 먹는 게 낫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