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남태평양에서 아프리카까지 ‘중국군 그림자’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2023.09.18

중국 하이난성 해군기지에서 열린 항공모함 산둥함 취역식 행사 중 중국 의장대가 중국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 신화통신

중국 하이난성 해군기지에서 열린 항공모함 산둥함 취역식 행사 중 중국 의장대가 중국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 신화통신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외 거점 확보에 거침이 없다. 최근 중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오지만, 아세안 여러 국가와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남중국해는 물론 남태평양, 인도양, 아프리카, 미국의 턱밑 쿠바에까지 중국군의 그림자는 확장되고 있다. 반면 이들 지역에서 영향력이 약화된 미국은 뒤늦게 허둥지둥 대응하기에 급급하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의 연구소이자 중국의 해외 대출과 보조금을 추적하는 ‘에이드데이터(AidData)’는 지난 7월 25일 <세계를 향한 야심>이라는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46개국 78개 항구를 새로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123개 프로젝트에 299억달러(약 40조원)를 쏟아부었다. 이중 8개국의 항구가 중국의 해외 해군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에이드데이터는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미국을 가장 긴장하게 하는 곳은 캄보디아와 남태평양 섬나라들이다. 캄보디아 림기지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주간경향 1531호, ‘캄보디아 ‘친중’ 깃발에 베트남 긴장 고조’)을 통해 자세히 다뤘으니 이번에는 중국이 해외 해군기지로 공들이는 또 다른 나라들에 대해 다뤄보겠다. 휴대전화 지도앱을 실행시키면서 이름이 생소한 나라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읽으면 더욱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남태평양에 손 뻗치는 중국군

2022년 5월, 왕이 중국외교부장은 남태평양 8개국을 차례로 방문하며 중국 자본으로 공항 활주로와 항구를 새로 만들어주거나 개조해 남태평양 중국 군함 기항지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2023년 4월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체결한 안보치안협력으로 인해 솔로몬제도에 중국 병력과 군함이 주둔할 수 있게 되면서 서방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술 더 떠 7월에는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까지 맺었다. 머지않아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 미국 태평양 함대는 중국 함대와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솔로몬제도뿐만 아니라 인근 섬나라들인 바누아투, 키리바시, 통가 역시 중국과 비슷한 협정 체결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은 바누아투 GDP의 10%에 해당하는 9700만달러를 바누아투항 인프라에 투자해 중국 항공모함이 기항할 수 있는 해군기지를 건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지난 5월 미국은 부랴부랴 솔로몬제도 이웃나라인 파푸아뉴기니에 6개 공항과 해군기지에 미군을 주둔하기로 했다. 다급한 미국은 그 대가로 파푸아뉴기니에 원조액을 2배로 증액한 32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남태평양 섬나라에 신경 쓰고 있지 않던 미국은 뒤늦게 달래기에 들어갔다. 중국이 집중 공략하고 있는 솔로몬제도에는 지난 2월 30년 만에 미국 대사관이 재개설됐다. 5월에는 통가에 미국 대사관이 열렸고, 바누아투에도 조만간 대사관을 개설한다고 서두르고 있지만, 중국의 영향력으로 쉽지 않은 모양새다. 그 외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연방, 팔라우와 새로운 경제안보 협력을 모색 중이고, 이들 3개국에 20년간 71억달러를 지원하겠다며 의회에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황이다.

[가깝고도 먼 아세안](18)남태평양에서 아프리카까지 ‘중국군 그림자’

‘인도 공략용’ 스리랑카·파키스탄에도

2021년 9월 “미국과 호주가 프랑스 등에 칼을 꽂았다”, “배신을 당했다”라는 말을 프랑스 외무부 장관이 공식 성명에서 쏟아낼 정도로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호주가 프랑스와 약 77조원 규모의 재래식 잠수함 12척을 구매하기로 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신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5척을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추가로 미국은 핵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전수하고 호주에서 8척을 추가로 직접 건조하기로 했다. 미국이 유럽의 절대 동맹인 프랑스의 분노를 사면서까지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넘긴 것은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 때문이다. 호주가 중국잠수함과 항공모함에 맞서려면 프랑스의 재래식 잠수함이 아닌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설득이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남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 영국, 미국 3개국의 앞글자를 딴 새로운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발족한다.

이제 지도를 남태평양에서 시선을 옮겨 인도양의 스리랑카를 찾아보자. 중국은 해외 기항지 확보를 위한 투자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스리랑카에 쏟아부었다. 함반토타항에 21억9000만달러, 콜롬보항에는 4억3000만달러 등 모두 26억2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를 스리랑카에 투자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함반토타항을 개발하다 부채를 갚지 못해 중국 국영기업에 99년 기한의 항만 운영권을 넘겨주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도는 자신들의 턱밑에 중국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됐다며 반발했다. 인도가 더욱더 반발하는 곳은 파키스탄 과다르항이다. 인도와 앙숙지간인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에 중국은 5억7700만달러(약 7650억원)를 투자해 미국이 남중국해를 봉쇄하더라도 중동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 수급을 보호하고, 인도를 공략할 수 있는 핵심 요충지를 확보했다.

지도를 한 번 더 옮겨 아프리카를 보면 중국의 해외 기지 확보는 더욱 활발하다. 2017년 수에즈운하의 입구에 해당하는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중국군 해외기지를 확보했다. 이제 중국은 서아프리카 적도기니와 카메룬, 북아프리카 모리타니에 대서양을 공략할 새로운 중국 해군기지를 구축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카메룬 크리비항에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 적도기니 바타항에는 6억5900만달러(약 8700억원), 모리타니 누악쇼트항에는 4억9900만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해 중국 해군 근거지를 마련 중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 중국 해군 기항지가 생긴다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할 수 있어 미국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앞마당이자 국경을 접한 아세안의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는 이미 친중 국가로 돌아섰다. 아세안에서 대표적인 미국의 우방국인 태국은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어 미국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지만, 중국과 같은 공산당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 편에 서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중국이 포위망을 형성 중이다. 미국으로선 베트남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둘러 9월 11일 베트남을 방문해 외교 관계 격상에 나서는 배경이다.

<호찌민 | 유영국 「베트남 라이징」,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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