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제안하면서 “황무지에서 작은 낱알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무지 작은 낱알’은 해볼 만한 정공법은 다 쓰고 난 후에야 쓸 만한 비유 아닐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낳고 키울 환경 다 갖춘 다음에나 고려해볼 정책”이라는 말에 공감했던 이유다.
‘낳고 키울 환경’의 핵심 중 하나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양육자는 아이를 돌볼 시간과 스스로를 돌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야 하고,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보장받아야 하며,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전가되는 돌봄을 남성에게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과 성평등이라는 과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저출생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생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장시간 노동과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지적하면서 “남성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여성이 남성을 대신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보편적 생계부양자 및 돌봄자 모델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게 하려면 당연히 노동시간 단축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저출생 대책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하나 빠졌다는 생각을 했다. 기업의 부담과 책임이다. 정재철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사는 “기업 책임을 유도해야 한다는 발상 없는 지금의 위기대응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동체적 관점에서 기업도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출생 예산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낳고 키울 환경’으로의 유의미한 전환책이 보이질 않는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에 대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빠른 속도로 해당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저출생은 해결할 수 없다’는 무능한 한국 정치의 고백처럼 들린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