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지만

2023.08.21

한국주식시장을 취재하다 보면, 허탈할 때가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주가 등락에 대한 합리적 설명보다 결과론적 원인분석을 쏟아낼 때입니다. 예를 들어 빼어난 분기 실적을 기록한 기업의 주가가 이유도 없이 하락하는데 ‘피크아웃’(정점 통과 후 하락)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반등하면 이번에는 ‘업황 개선 기대 반영’이라고 합니다. 어떤 전망을 내놓아도 이들이 틀리거나 책임질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가는 오르고 내리게 마련이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 한 번은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마치 인디언 기우제 같습니다.

김찬호 기자

김찬호 기자

한국주식시장에 투자 열풍을 만든 2차전지 관련 기업들에 대한 분석도 유사합니다. 지난 6~7월, 끝없이 우상향하는 한 기업의 주가를 두고 ‘과열’, ‘쏠림현상’이라고 했던 전문가들은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 황제주에 등극하자 더 이상 발언도 분석보고서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7월 26일 해당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다시 “쏠림현상은 끝났다”, “큰 폭으로 오른 만큼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 등의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당장 폭락할 것 같았지만, 그로부터 10거래일이 넘도록 해당 기업은 여전히 황제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지난 26일의 하락 원인을 찾아 보고서를 내야 마땅할 듯합니다만,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주가가 내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분석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한국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주체는 여전히 기관, 외국인 등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는 바로 그 기관 말입니다.

주식시장의 ‘작전’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행위만 지칭하지 않습니다. 내려도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때 투자 위험을 헷징하기 위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유발해 돈을 버는 수단이 됩니다. 누군가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 너무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단순한 기분 탓일까요.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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