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가 ‘과학’ 아니던 시절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야마모토 다카미쓰 지음·지비원 옮김·메멘토 3만5000원
귀납, 연역, 기술, 예술, 문학, 역사, 수학 등 많은 서양 학술용어를 번역한 사람이 150여년 전 일본의 계몽주의자 니시 아마네다. 많은 학문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뜻의 <백학연환(百學連環)>은 1870~1871년 니시 아마네가 제자들에게 서구의 학술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학술 종합사전에 가까운 <백학연환>을 수년에 걸쳐 샅샅이 뜯어 읽고 현대어로 번역했다. 이어 150여년 전 개념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사이언스(science)’를 ‘학(学)’, ‘아트(art)’를 ‘술(術)’로 번역하게 된 라틴어 기원을 웹스터 영어사전에서 찾아내고, 그 웹스터 사전의 판본까지 찾아 헤맨다. 일본어를 음독해 그대로 수입하던 과거를 넘어 우리도 제대로 된 번역어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든다. 이미 과거의 번역어들도 영어로 대체되고 있지만.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글, 그림·소동·1만8000원
나무는 언제나 위로였다. 어둠이 깊을수록 비바람이 부는 날 새들을 품어주고, 사람들이 쉴 곳이 돼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도시를 넓히려 숲을 없앴다. 그저 골목길 끝 나무 하나를 베었겠지만, 풍경도 정취도 사라져버렸다. 저자는 서울 아현동 재개발 지역에 살며 개발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나무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제주 비자림로 건설 과정에서 생명을 지키러 나선 활동가들의 모습도 담았다. 초록색 나무 그림들을 본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나무 한 그루가 싹트는 듯하다.
▲결정하는 마음
서성욱 지음·글항아리·1만7000원
점심 밥집, 선물 하나 고르기도 힘들다. 정형외과 환자치료를 위해 인공지능을 연구한 저자에 따르면 이성적이고 현실 감각이 뛰어날수록 판단이 어렵다고 한다. 베이지안 모델 등 최적의 결정을 위한 알고리즘들을 소개한다.
▲라스트 휴먼
잭 조던 지음·해도연 옮김·허블·1만8500원
엄마는 외계인이다. 아이스크림 말고 냉혹한 살육자 ‘사마귀 세냐 더 위도우’다. 남몰래 입양한 ‘사야 더 도터’는 인간. 옵서버에게 정체를 들키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화장실까지 AI인 세계관이 능청스러운 SF소설이다.
▲사춘기 엄마의 그림책 수업
최정은 지음·옐로브릭·1만6000원
어떤 아이는 침묵하고, 어떤 아이는 활화산처럼 폭발한다. 엄마는 자식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춘기를 아이와 엄마 모두 자라는 시기로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 20권을 소개하면서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덧붙였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