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1만명’ 이게 정상인가요

송윤경 기자
2023.03.20

일부 병원에서 ‘무면허 수술’이 이뤄진다는 보도를 접한 건 오래전의 일이지만, 내로라하는 대학병원들까지 PA를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은 저도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취재 후]‘PA 1만명’ 이게 정상인가요

PA(Physician Assistant)는 ‘의사 보조’, ‘진료지원인력’이라는 뜻으로, 영미권에선 별도의 교육체계와 국가면허가 있습니다. 미국의 한 간호사는 PA에 대해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직역으로 설명하더군요. 한국에선 주로 간호사를 PA로 발탁해 의료행위를 맡기고 있습니다. 중소병원에선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도 PA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업무의 표준이 없다 보니 ‘의사 지시 이행’만 하는 PA가 있는가 하면 의사 대신 수술하고 처방하는 PA도 많습니다. 이들의 업무 상당 부분은 현행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입니다. 의사의 일을 맡기면서 별도의 교육도 없습니다.

지난 18년간 의대 정원(3058명)은 동결된 반면,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 수준으로 크게 부풀었습니다. 여기에 전공의의 주당 수련(노동)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 2016년 시행되면서 종합병원에선 의사의 일손이 크게 부족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의사를 늘려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의사의 일을 간호사들에게 떠민 겁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 병원의 PA가 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지난해 국감자료를 보면, 국립대병원 한 곳당 PA가 100명가량 됩니다. 전국의 상급종합병원(약 40개), 종합병원(약 300개), 병원(약 1500개) 숫자를 감안하면 ‘PA 1만명’이 무리한 추정은 아닙니다.

의사 면허가 없는데 의사처럼 일하고 있는 간호사(PA)가 1만명이나 되는 현실은 분명 비정상입니다. 의사를 더 고용하거나, PA 면허를 만들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풀릴 문제입니다.

간호사들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내몰리는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랍니다.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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