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얼굴이 켜준 경고등’ 안면 홍조증

이용주 경기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
2023.03.13

봄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를 보이다가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점심시간에는 잠시나마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알레르기비염과 함께 신경써야 할 것이 바로 안면 홍조증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마스크를 점차 안 쓰게 되면 특히 더 신경이 쓰인다. 안면 홍조증을 알려면 자율신경계에 대해 먼저 되짚어봐야 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과도한 항진 모두 안면 홍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안면 홍조증 증상은 일시적이기도 하고 계절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영구적인 경우도 있다. 안면 홍조증을 앓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미쓰 홍당무>(2008) / DAUM 영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과도한 항진 모두 안면 홍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안면 홍조증 증상은 일시적이기도 하고 계절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영구적인 경우도 있다. 안면 홍조증을 앓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미쓰 홍당무>(2008) / DAUM 영화

오장육부의 컨트롤타워 자율신경계 자율신경은 말초신경계로 우리 몸의 장기, 내분비기관을 통제해 몸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대학 시절 절친으로 현재 모 대학병원 이식외과에서 열심히 진료 중인 이모 교수가 학창시절 나에게 알려준 예를 들자면 교감신경의 작용은 호랑이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쉽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며 동공이 커질 것이다. 생리적으로는 혈압·혈당이 올라가면서 신진대사가 스트레스 상황을 대처할 수 있게 증가한다. 부교감신경은 반대로 작용한다. 주로 소화·수면을 돕고 피부를 따뜻하게 한다. 어떻게 보면 교감신경으로 긴장한 몸을 좀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환돼야 한다.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둘 사이 전환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긴장이 풀리며 갑작스럽게 혈압이 떨어지고 현기증 및 실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미주신경실신’이라고 부른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어떻게 보면 일상이 점점 바빠지면서 이런 자율신경 기능 이상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것일 수도 있다.

안면 홍조의 주요 원인 바깥에서 춥게 있다가 실내의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된다. 과도하게 얼굴의 혈관이 확장되면 안면 홍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흥분, 긴장으로 심장박동 수가 급격히 뛰면서 얼굴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안면 홍조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과도한 항진 모두 안면 홍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안면 홍조증 증상은 일시적이기도 하고 계절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영구적인 경우도 있다.

안면 홍조가 주 증상인 몇 가지 질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환은 갱년기 증후군이다. 안면 홍조, 수면장애, 식은땀, 우울증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갱년기 증후군은 에스트로겐의 감소가 원인이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체온조절 기능이 변한다. 이로 인해 안면 홍조 증상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쉽게 흥분하는 다혈질적인 사람 중에서도 얼굴과 귀가 빨개지는 사례가 있다. 얼굴은 피부가 상대적으로 얇아 혈관 확장 시에 피부색 변화가 잘 드러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도 긴장으로 인해 교감신경이 항진돼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심리적 원인으로 인한 경우는 증상이 일시적일 수 있으나, 이런 감정적 흥분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얼굴이 빨간 사람도 있다. 이는 피부 표면의 체온과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모세혈관이 선천적으로 또는 비정상적으로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질환이다. 일명 딸기코라고 부르는 주사(rosacea)라는 피부질환을 예로 들 수 있다. 얼굴과 코 부위에 나타나는 혈관 확장과 홍조증이 주요 증상이다. 햇빛, 술, 높은 온도 등에 의해 증상이 유발되며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자율신경계가 고장이 나면 각종 만성질환 및 신체의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얼굴이 보내주는 건강의 적신호를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자율신경계가 고장이 나면 각종 만성질환 및 신체의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얼굴이 보내주는 건강의 적신호를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안면 홍조를 다스리려면 원인 질환을 파악한 뒤 자율신경 불균형 상태를 바로잡으면 된다. 질환에 대한 치료는 갱년기증후군의 경우 호르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주사증의 경우에는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안면 홍조가 있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 번째는 운동이다. 통상적인 근력운동, 유산소운동과 함께 호흡조절과 명상을 동반한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을 통해 혈압, 심장박동 수의 변화에 적응하고 호흡조절과 명상을 통해 긴장으로부터 이완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자.

두 번째는 알코올과 카페인을 멀리하고, 수분과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일이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회식으로 풀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차린 저녁식사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하자.

세 번째는 충분한 수면이다. 수면 부족은 교감신경 항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하루 최소 6시간 이상은 숙면을 취해야 한다. 평소 저녁에 커피를 마시거나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이 있다면 수면에 방해가 되는지 점검해 보도록 하자.

이 외에도 좋은 생활습관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물론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일이 당장 약 먹고 빠른 효과를 보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하나씩 나의 나쁜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홍당무 같은’ 내 얼굴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자율신경계는 오장육부의 건강한 작용을 책임진다. 자율신경계가 고장 나면 각종 만성질환 및 신체의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얼굴이 보내주는 건강의 적신호를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용주 경기 행신동 세란가정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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